캐릭터 따라 미션 해결하다 보니 ‘문해력’이 쑥!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문해력 교육…리디퍼 최수민 대표 

 

“요즘 학생들의 국어 능력이 떨어진다, 문해력이 문제다 등 여러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슈에서 저도, 주변의 제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진취적’, ‘화자’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 대화 중간에 물어보던 22살의 사람도 있었어요.”

리디퍼(Readeeper) 최수민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간 자신이 겪은 ‘문해력’과 관련된 일화를 털어놨다. 

단순히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문제를 넘어 ‘심심한 사과’는 지루한 사과인 건지,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 헷갈린다는 등 한자어를 바탕으로 한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대화 시 문맥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대화의 단절을 부르는 등 ‘문해력’과 관련된 논란은 사회문제로 퍼지고 있다.  

리디퍼는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는 소셜벤처 기업이다. 고등학생 때 학교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것을 사업으로 발전시킨 케이스다. 

최수민 대표는 “정규교육 과정에서 한자 교육이 축소되고, 숏폼 위주의 영상이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이 쓰는 어휘군 자체가 좁아진 건 사실이다. 이 문제를 의식적으로 바라보니 나 역시 문해력 문제에 부딪혔다”며, “프로젝트를 하면서 논문을 많이 봤는데, 그토록 긴 글을 오랫동안 보기가 너무 힘든 거다. 그때는 Chat GPT도 없던 시절이라 힘에 부쳤다. 긴 글이나 복잡한 서적들을 많이 읽던 예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10대 문해력 논란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생 4명 뭉쳤다 

인터뷰 내내 정확하고도 풍부한 어휘력으로 자신의 소신과 회사의 방향성을 전문적이고도 뚜렷하게 풀어낸 최 대표는 스타트업을 10년 이상 끌어온 대표 못지않은 면모를 보였지만, 올해로 만 19세가 된 청년이다. 

2023년 8월 리디퍼를 설립할 당시 만 17세의 고등학생이었던 최수민 대표는 창업이 원래 목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2021년 학교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문해력’ 문제를 공적인 사회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최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정규교육 과정을 밟는 대신 대안교육 과정을 선택했고, 학교 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많은 사회 현상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며, “그 중, 2021년도에 청소년 국어능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현상을 탐구하고, 정의해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문해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해력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나만의 언어로 재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들 4명과 의기투합해 프로젝트팀을 결성한 최수민 대표는 문해력 문제의 핵심 원인이자 해결 방법을 ‘재미’에서 찾았다고 한다. 숏폼이 중독성이 있는 이유가 바로 ‘재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숏폼이 유행하면서 글 읽기에 대한 재미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리디퍼는 학생들에게 즐거운 읽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문해력 교육에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게임학습 콘텐츠를 개발해 박스 형태의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추리, 문해력, 보드게임을 접목해 오프라인으로 풀어냈는데, ‘탐정이 돼서 살인사건을 해결하시오’와 같은 추리 사건 해결 미션이 주어지면 4명이 한 팀이 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사업이나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지만, 제품을 여러 대회에 출품시켰고, 몇몇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전국대회 진출을 하기도 했다. 2022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때 창업 관련 멘토링을 통해 창업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접했던 최수민 대표는 자연스레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발전시켰다. 

최 대표는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문해력 교구를 제작하기 위해 충무로에 있는 인쇄소 공장들을 컨택해서 미팅하러 다니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시중에 나와 있는 보드게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들고 가 무슨 코팅 기법인지 묻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이런 식으로 인쇄 관련된 전문 지식도 쌓아 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평생 문해력 가르는 ‘초등 저학년’…‘읽기’ 흥미 유발 중요

교구재를 중고등학교에 납품하며 리디퍼의 사업이 자리를 잡는 동안 멤버 교체와 인재 영입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고, 사업 대상도 중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전환했다. 

최수민 대표는 “초등학생 4학년이 문해력의 골든타임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문해력 발전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해력 해결을 위해 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층이 초등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흥미를 유발해 줘야 읽기에 대한 좋은 경험이 평생 간다”며, “우리의 목적은 읽기 경험을 통해 ‘아! 읽기가 재밌는 거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서 ‘읽기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디퍼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책처럼 보이게 하지 말자’이다. 책, 문제집, 공부처럼 인지되는 순간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지를 비롯한 책 어디에도 ‘문해력’이라는 단어나 관련된 단어 언급이 하나도 없다. 

콘셉트는 ‘읽기와 벤처’라는 어드벤처 미션을 표방했다. ‘리딩벤처 초등 문해력 액티비티형 학습지’가 대표적인데,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며 미션을 하나하나 수행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문해력 향상이 되는 식이다. 

예를 들면, ‘반짝반짝 나라’라는 테마 안에서 ‘별자리 마을’, ‘보석마을’, ‘네온사인 마을’을 거쳐 ‘반짝반짝하게 청소하는 미션’을 진행한다. 실제로 인터뷰 중간에 최수민 대표가 게임을 보여줬는데, 과자 박스 뜯듯이 책 일부분을 뜨르륵하고 뜯으면 ‘네온사인의 빛을 내기 위한 전선이 끊어졌어. 설명을 듣고 전선을 알맞게 이어줘’ 혹은 ‘광고와 비슷한 유의어를 찾아줘’, ‘방전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을 찾아줘’ 등 독해력 및 어휘력 향상 관련 문제들이 나온다.  

그림, 색칠, 미로찾기 등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요소마다 시각적인 것을 활용하기도 했고, 틈틈이 긴 지문의 질문도 들어 있다. 정답을 맞히면 특수인쇄기업으로 개발한 종이를 뜯어 판에 붙이면 미션 완료를 위한 퍼즐의 한 부분이 완성된다. 일례로, 오늘의 미션이 ‘청소하기’라면 비누, 세제 방울, 수세미 조각 등이 나오는 식이다. 

‘디지털 문해력’ 길러 AI 시대 인재 육성에 기여할 것 

리디퍼는 2023년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주관한 예비창업패키지에서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고, 2024년에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안산 본교에 입교하는 등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서울특별시장상 수상,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2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상하며 사업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구는 천재교육의 T셀파몰을 비롯해 아이소리몰, 교사 연수 플랫폼 등을 통해 2024년도부터 30곳 이상의 학교와 아동센터 등에 유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해 온라인이나 지인 소개로 연락을 주는 개인 고객도 상당하다. 특히,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진행했던 맘카페 행사에 참여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홍보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최근에는 학교 쪽 시장을 더 확대하기 위해 강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 프로그램 단위로 학교에 입점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특히, 기초학력에 대한 니즈가 높은 지방권의 학교에 진입하고 싶은 소망이 크다고 최수민 대표는 전했다.

그는 “전에 지방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방과 후 영어 원어민 수업을 100% 무료로 제공하는 등 글로벌 수업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며,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기에 이런 기초학력에 대한 필요성을 잘 아는 학교에 진출해서 우리가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리딩벤처 시리즈를 늘리는 것도 목표다. 초등학생 당사자와 학부모의 반응이 무척 긍정적이어서 같은 학습지를 세 번 이상 반복해서 하기도 하고, 애착 캐릭터로 아이 스스로 별도의 활동을 할 정도로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실증 진행에 대한 바람도 있다. 제품 기획단계에서 국어교육과 교수에게 자문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 30명에게 제품 검증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제품 체험 후 문해력 향상이 됐는지, 읽기 흥미도가 향상됐는지 등을 비교해 보는 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객관적인 검증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최수민 대표는 수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 안에서 비판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향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온라인이 일상에 너무 깊게 스며든 가운데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숏폼을 보는 만큼 긴 글을 의식해서 봐야 한다. 이걸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우리 말고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과 교구재들이 좀 더 개발됨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되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최수민 대표는 문해력 이슈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가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최 대표는 “우리는 콘텐츠와 템플릿에 대한 시스템이 이미 다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다른 언어의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훗날에는 AI 관련 공부를 해서 리딩벤처와 스마트 기술의 결합을 통해 문해력 측정을 객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래도 문해력이라는 게 한 번에 향상되는 역량이 아니고, 더디게 하지만 꾸준히 해야 눈에 보이는 역량이므로 이를 가시화할 방법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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