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물건이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모둠 채소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아이스박스를 확인한 A씨. 하지만, 모둠 채소를 감싼 비닐 사이로 얼음물이 녹아 흘러내린 것을 발견하곤 ‘과연 언제부터 이 얼음은 녹았던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처럼 각종 채소 및 해산물, 육류 등 신선식품을 배달시켜 먹는 게 일상인 시대다. 물품이 언제 출발하고, 도착하는지 배달 시기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가 알 수 있지만, 몇 도의 온도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아이스박스 속 얼음의 상태는 어떤지 등 세부 사항은 알 길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배달이 늘면서 배달기사의 노동력과 그로 인한 업무 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위앨리스(we allys)는 콜드체인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신선식품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저감과 지구환경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탄소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수소불화탄소를 기업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석무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통신과 물류 관련 기술을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곳에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구환경을 살리는 쪽으로 기술의 방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물류에 정보통신 기술 녹여내다
올해 초 경기도기후테크 육성사업과 성남기후테크 기업으로 선정된 위앨리스는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던 건 아니다. 수동으로 이뤄진 물류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통신 매개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콜드체인을 관리하면 물류기업, 배송회사,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기술이 환경과 맞닿은 경우다.
이석무 대표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이유는 그의 비즈니스 백스라운드가 정보통신 분야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었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 분할 다중 접속) 원엑스 휴대전화 개발자였던 그는 당시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큰 화제를 낳았던 블랙앤화이트 폰을 비롯해 6만5000 컬러폰을 개발하며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의 중심을 이루던 시기에 왕성하게 활동했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스마트폰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수요층을 타깃으로 별정통신사업자에게 휴대폰을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했지만, 예상보다 스마트폰 시장이 유아부터 실버 계층까지 빠르게 흡수하면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위생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통신 분야에 특화한 강점을 물류 분야에 엮으면서 콜드체인 모니터링 아이템을 구상해 2022년 7월 위앨리스를 설립했다.
위앨리스 또한 시행착오는 있었다.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아이템의 우수성과 혁신성은 인정받았지만, 실증 과정에서 현실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석무 대표는 “일반적으로 냉동탑차 내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운전석에 온도 타코미터를 달고, 거기서 선을 뽑아내 화물칸에 있는 센서마다 달아야 하는데, 설치 비용만 20~30만원이 소요되고, 차량이 커질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센서 개수는 한정돼 있어 돈은 돈대로 들고, 정확도는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위앨리스는 ‘무선’ 방식을 택해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설치비가 별도로 들지 않아 모니터링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 환경에 따라 통신이 잘되지 않는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마치 와이파이가 가끔 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대표는 “저주파 대역은 장애물이 있어도 투과율이 높다. 하지만, 운전석 센서와 차량 뒷쪽에 부착된 센서의 환경이 달라 센서에서 취득한 정보가 게이트웨이까지 오는 데 어려움이 있는 등 통신 무결성 확보가 잘 안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위앨리스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고도화에 매진, 센서끼리 서로 연동하는 센서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 기술과 블루투스 통신 체제로 전환해 오류를 해결했다.
‘식품 신선도’ 정보 정확하게…‘비용·노동력·환경오염’ 해결
콜드체인 모니터링은 배송 관련 업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재 관리 운송 규제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운송 규제는 있지만, 식품에 대해서는 가이드만 있을 뿐이다. 위앨리스는 의약품에 치중하고 있는 타 기업과 달리 식품 쪽에 집중하고 있다.
이석무 대표는 “미국의 경우에는 식품안전법에 따라 차량 온도 측정이 안 되면 운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 EU에서는 구간별 측정뿐만 아니라 산지에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 또한 대상 물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등 지금보다 관리 규정이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장 규모를 보더라도 의약품의 경우 식품 쪽 콜드체인 시장의 1/5도 안 된다. 게다가 식품 쪽의 콜드체인 모니터링이 강화되면 전 세계적으로 폐기되는 음식의 양을 줄일 수 있다”며,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우리나라 정책이 바뀐 것도 이런 고민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관리만 투명하게 잘 되면 최소 2배에서 5배까지 식품 관리기한이 늘어나기 때문에 음식물 폐기 비율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소비기한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개별 물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어떻게, 몇 도로 관리됐는지,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 소비기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의 정보를 운송장과 연동해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앨리스의 시스템은 화물운송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까지도 고려했다. 이석무 대표는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공짜 노동’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그는 “택배기사의 경우, 물품을 분류해 배송한 뒤 사진을 찍어 보고까지 한다”며, “저온 물류의 경우에는 저온 물류창고에 접안할 때, 운송기사가 접안 승인을 요청하며 차량 온도가 적정온도에 맞춰졌는지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 관리 방법 역시 체계적이지 못하다. 운송기사가 온도기록지를 쭉~ 찢은 뒤 창고에 갖다주면 승인을 내주는 식이다. 창고에서는 이 온도기록지를 철해서 보관한다. 물품 적재 후에는 또다시 보고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수동 시스템은 물류 창고뿐만 아니라 도착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구내식당의 경우 운송기사가 새벽에 식품을 배송한 뒤 온도계를 쭉~ 찢어 물품 위에 올려놓으면, 아침에 출근한 영양사가 온도계를 파일철 해놓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간혹 온도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운송기사의 경우, 차량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센서에 얼음 물수건을 달아 놓는 등 타코미터를 조정해 온도를 조작하거나, 냉동식품을 배송하면서 화물차 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한다. 모두 비용과 노동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위앨리스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차를 물류창고에 접안할 때부터 자동으로 차량의 상태를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차량에 적재된 물품을 연동시켜 출발부터 배송지에 도착할 띠까지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시스템화했고, 가속도 센서를 탑재해 차량에 의해 물건이 흔들렸는지, 사람이 들고 나가서 흔들렸는지 AI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즉, 화물 운송노동자는 배달 업무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화물 운송노동자가 운송 과정을 통틀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데이터로만 전달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운송회사, 물류사의 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위앨리스는 올해 3분기에 2PL 유통사를 대상으로 2차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유통업체, 운송업체 외에도 개인 화물차 운송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리점 등 B2C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환경’에도 도움되네”…냉매가스 모니터링 시장에도 도전
콜드체인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석무 대표는 환경 분야에 더 이바지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냉매 쪽으로 기술 확장을 도모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자동차 에어컨을 예로 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덜 시원한 것 같고, 성능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바로 냉매가스가 누출돼서 그런 것”이라며,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주범인데, 수소불화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탄소, 암모니아 등 천연 냉매는 비용적인 문제와 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바로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소불화탄소 누출은 환경 오염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용 증가로도 이어진다. 누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장비 파손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공장, 사무실 밀집 빌딩, 저온물류센터 등에서는 수소불화탄소 누출 현황을 점검하는데, 문제는 사람이 계측기를 들고 다니며 살핀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3305㎡의 공장에 10미터 길이의 냉동기 6대가 있다고 했을 때, 사람은 새벽 시간대 등 특정 시간대는 점검하기 힘들어 문제가 발생해도 실시간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며, “담당자가 냉매 누출을 알아차릴 때는 이미 누출이 많이 진행돼 기기 성능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다. 더 큰 문제는 누출을 인지하더라도 어디서 누출되고 있는지 일일이 계측기로 점검하지 않는 이상 실시간으로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위앨리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소불화탄소 누출을 감지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와 센서를 개발해 실시간으로 노출 현황을 파악하고, 어디서 누출되는지도 알려주는 냉매 누출 감지 솔루션을 개발했다.
특히,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단지나 빌딩이 모여있는 곳을 모아 ‘냉매 누출 맵’으로 구축해 환경부와 연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누출 관리가 잘 된 기업에는 탄소 저감만큼 수치를 주고, 정량화시켜 숫자만큼 세제 혜택 등 베네핏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석무 대표는 “냉매 모니터링 기술로 경기도기후테크에 선정됐고, 이를 탄소 수치화로 연결하는 콘셉트로 성남기후테크에 선정돼 현재 추진 중”이라며, “우리의 기술을 통해 기업에는 비용 저감을, 환경적으로는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대기환경에도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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