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활동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탄소 저감’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해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탄소 배출량에 따라 제품 경쟁력은 물론, 기업 운영비용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기업의 환경정책에 따라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시시각각 변하곤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의 고민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예산과 전문인력을 들여 탄소 대응을 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후두시랩㈜은 이런 중소기업을 위한 ‘탄소 측정 및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설수경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생산 활동과 인간의 소비 활동은 필연적인 관계다. 하지만, 행동할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데이터로 볼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탄소 관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삶의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술과 서비스의 중심은 사람이어야”…지구테크 표방
카이스트에서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uman Computer Interaction)을 전공한 설수경 대표는 IT 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사업화하는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주로 게임, 블록체인, VR, AI 등 딥테크 관련한 기술이 포함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민은 있었다.
설 대표는 “내가 진행한 일들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편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며, “굳이 ‘이게 AI 서비스야’라고 부르지 않아도 기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어? 되게 편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사람이 인식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처럼 딥테크 기술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이에 카이스트에서 함께 공부했던 오광명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2020년 12월에 오후두시랩을 공동 창업했다. 현대자동차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오 대표는 오프라인 세상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설 대표는 함께 힘을 모아 아직 데이터화 되지 않은 영역에서 서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다고 바라봤다.
이렇게 두 각자대표가 모여 이전 회사에서 동료로 함께 일했던 데이터 엔지니어, 딥테크 엔지니어들과 함께 힘을 모아 산업용 AI 기술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센서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돌려 열차의 고장 시기를 예측해 언제 정비해야 할지 등을 알려주는 기술로, 도입 전 대비 30%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후두시랩은 회사가 진짜 풀고 싶은 문제가 뭔지, 오후두시랩만의 서비스는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됐고, 탄소 대응 솔루션으로 기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그린플로 비즈니스’
오후두시랩은 ESG 규제 대응이 가장 시급한 대상이 중소기업이라 판단하고, 이들 기업이 탄소중립 로드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그린플로 비즈니스(greenflow Business)’를 개발해 내놨다.
설수경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이 중 70% 이상의 회사들이 해외 공급망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글로벌에서 요구하는 규제를 지키지 못했을 때 공급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며 우려했다. 중소기업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급하게 투입하기 힘든 구조이기도 하고, 탄소 데이터 특성상 중소기업이 기존에 다뤄보지 못했던 데이터라는 점에서 시간적인 투자도 필요한데,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설수경 대표는 “기업활동 전반에 펼쳐져 있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계산을 해주면 기업이 기존에 하던 기업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탄소 대응을 할 수 있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를 개발한 후,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을 비롯해 30인 이하이면서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 10여명에게 제공했고, 반응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이후, 무료 버전으로 8개월간 오픈하며 각계의 의견을 다시 한번 수렴했다고 한다.
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를 찾을 거란 예상과 달리, 건설업, 유통업, 은행,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했으며, 글로벌 규제 대응이라는 목적 외에도 ESG 보고서를 다른 회사보다 먼저 작성해 좀 더 앞서나가고 싶다는 회사부터 해외 인증 시 필요해 서비스를 받는다는 회사도 있었다.
작년 1월에는 유료 버전으로 출시했는데, 현재 4가지 모델로 서비스하고 있다. 우선, 서비스를 둘러보며 궁금증을 해소하길 원하는 기업을 위해 무료 버전인 스타터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따진다면 간이 키트와 같은 셈이다. 결제에 대한 부담 없이 스코프(Scope) 1~2 배출량을 국제 기준에 따라 검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베이직 버전으로, 담당자가 없는 회사에서 사용하기 좋게 만들었다. 문답형으로 구성해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하면 다음 문항으로 자동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탄소 리포트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방법도 쉽다. 가령, 회사 소유의 차량이 있는 경우, 탄소 리포트에 필요한 내용은 ‘어떤 연료를 몇 리터 주유했는가’이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비용 위주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주유한 금액을 받은 다음, 리터 단위로 환산해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데이터를 뽑아준다. 이 버전은 ESG 보고서 작성이 필요한 회사나 해외 인증을 받는 회사까지 가능하다.
프로 버전은 다수의 사업장을 가진 기업에서 활용하기 좋은 모델이다. 탄소 관리 경험이 있는 회사들이 많으므로 엑셀 형태로 구성해 매달 데이터를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이 버전의 장점은 대부분의 데이터를 홈택스, 한전, 지역난방공사 등 외부 데이터에서 자동으로 끌어오는 형태로 구축해 놨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연말정산 시 기본적인 내용이 자동화로 이미 채워져 있는 것과 같은 형태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중견기업 이상에서 활용하는 모델로, 여러 자회사를 묶어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설수경 대표에 따르면, 기업활동의 88%가 스코프 3(온실가스 기타 간접 배출량)에 해당한다. 은행의 경우에는 99%가 스코프 3라고 한다. 즉, 원자재 쪽으로 갈수록 직접 배출량인 스코프 1이 많고, 뒤로 갈수록 스코프 3가 많아진다. 따라서 기업이 탄소 관리할 때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쓰는 물건까지도 저탄소인지, 저탄소 공급망인지를 따져봐야 결국 회사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앞으로는 ‘어떤 제품을 쓰고, 어떤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게 귀사에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정보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그린플로 비즈니스 서비스는 시장의 다른 탄소 회계 서비스보다 1/10 가격에 책정해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게다가 오후두시랩은 지난 4월 경기기후플랫폼의 ‘중소기업 기후 경영 서비스’ 개발사로 참여해 경기도에도 납품하고 있어 경기도 내 기업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기업마다 탄소 회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은 그린플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설 대표는 권장했다.
지역, 개인 삶에 이르기까지 ‘탄소 저감’ 효과 느끼도록
오후두시랩은 제품 단위 탄소발자국 측정부터 지역 단위 탄소 인벤토리 관리,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탄소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그린플로 임팩트’는 제품의 경쟁력과 직결되는데, 이 부분은 원재료부터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는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전과정평가)의 모든 데이터를 엮어 풀어내야 하므로 그린플로 비즈니스보다 훨씬 더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오후두시랩은 기업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만들어 놨다.
일례로, 화장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의 공장을 옮겨야 한다면, 공장 교체 후 다시 한번 컨설팅을 받아야만 했지만, 그린플로 임팩트는 그럴 필요 없이 레고 맞추듯이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에 기존 LCA 수행 대비 80% 이상의 분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3~6개월 소요되던 LCA 분석 기간을 평균 2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공인 전자문서에 탄소 감소 효과를 계산해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정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탄소 몇 그램이 감소했고, 이는 나무 몇 그루 심은 효과를 나타낸다’ 혹은 ‘전기를 한 시간 정도 켜놓은 분량만큼의 탄소를 줄였다’ 등 좀 더 소비자들이 와닿을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계산에서 그치지 않고, 시스템화해 전자문서 유통에 참여한 여러 회사가 어떻게,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정리해 주는데, 최근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이디야커피가 진행 중인 전자영수증 하단에 탄소 저감 효과를 나타내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린플로 시티는 도시, 빌딩 같은 공간에서 탄소량을 관리하는 플랫폼이고, 그린플로 라이프는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플랫폼으로, 앞으로 오후두시랩이 궁극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데이터다.
설 대표는 “전자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표시하는 것처럼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숨어 있는 가격까지 표시해 줄 것”이라며, “기업 ESG 프로그램 및 지자체 시민 참여형 탄소중립 프로젝트와도 연계해 스코프 3 크레딧 확보로 인한 수익화, 기업과 지자체의 ESG 참여 지표 향상에 이바지하는 게 2차 목표”라고 말했다.
설수경 대표는 이런 서비스를 가시화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다.
먼저,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그곳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하는 서비스를 5회 정도 진행했고, 오는 11월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카페쇼에 참여해 기업과 사람들이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전시회를 운영할 대책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 대표는 “K-팝 관련해서도 국내의 한 엔터테인먼트사에 스코프 3를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있는데, CD 구매량이 어마어마했다. 이를 보면서 팬덤을 관리하는 데 있어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시도는 많이 안 하는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콘서트 시 자가 동력 자전거를 타면서 콘서트장에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드는 이벤트를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하고 있던 활동을 ‘하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것 같다. 단지, 기존에 하던 활동을 하되 좀 더 스마트하게 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의견을 전했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해 한국환경산업협회, 스마트 도시협회 등 도시와 기업을 연결하는 기관과 일하고 있는 오후두시랩은 해외의 탄소 회계 플랫폼 서비스 기업처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설수경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탄소 회계 플랫폼 기업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지만, 곧 기업 관리 시스템의 하나로 가치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국가 중에서도 우리 기업의 공급망이 많이 포진된 나라로 진출하는 등 글로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설수경 대표는 누구나 쉽게 탄소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다는 말은 굳이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모든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기술이 잘 녹여져 있는 것을 뜻한다”며, “그래서 회사명도 기술보다는 누구나 깨어 있는 시간대인 오후 2시를 앞단에 넣었다. 이 시간대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 세상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후 두시가 모이고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내일이 조금씩 달라지면, 결국엔 인간의 삶은 편안해진다. 우리는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