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맛있는 라면의 비밀 ‘냄비 바닥’에서 찾았죠”

라면 전용 기능성 냄비…지은엘티 이주식 대표 

 

‘이거 신박하네요! 물 끓이는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라면 끓일 때는 이제 이 냄비만 써요. 진짜 구매한 라면 냄비 중에 제일 맘에 들어요.’

지은엘티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온 리뷰 중 일부다. 이 냄비를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일반적인 냄비와 차원이 다르다며 극찬한다. 안 그래도 맛있는 라면이 더 맛있어지는 비법은 뭘까.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중기이코노미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리빙 테크놀로지 기업인 지은엘티를 찾았다.

라면은 양은 냄비다?…소재보다 ‘바닥 모양’이 ‘맛’ 결정

“5년 전쯤이었나? 아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라면을 넣고, 계란을 톡 깼는데, 갑자기 라면 한 가운데에 놓인 샛노란 계란이 절대 안 익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계란을 뒤집어주면 익겠지만, 그냥 놔두면 익지 않는 거죠. 고민 끝에 깨달았습니다. 가스불이 옆으로 다 퍼져 버려서 측면만 가열이 되고, 냄비 중심부는 가열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주식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라면 냄비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약 70년 전 미군 부대에서 셰프로 일했던 아버지 덕분에 미각하나는 타고났다고 여겼던 이 대표는 평생 끓여 먹던 라면에 대한 의구심과 더 맛있게 끓여 먹고 싶다는 욕심에 냄비를 직접 손봤고, 우선 3000원짜리 양은 냄비 두 개를 사서 실험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는 “냄비 바닥을 오목하게 만들면 열이 모이지 않을까 싶어 두 냄비 중 하나는 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시중에서 구입한 그대로 두고 동시에 라면을 끓여봤다”며, “그 결과 바닥을 오목하게 만든 냄비의 라면이 훨씬 더 빨리 끓었다”고 했다.

오목한 냄비 바닥이 중요한 이유는 가스레인지의 열을 모아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가스불이 퍼지지 않고 열을 머금다가 발산하도록 만들어 준다. 결과적으로, 냄비 전체에 균등하게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딱딱한 형태의 라면이 가운데까지 골고루 익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끓인 라면은 면발이 쫄깃하고, 잘 붇지 않는 라면이 된다. 

이주식 대표는 “고기를 구울 때, 고기의 육즙을 보관하기 위해 고기 표면을 강한 불에 익히듯이 라면도 끓인 후 1~2분 안에 면의 겉면을 골고루 빠르게 데치듯 익혀줘야 한다”고 그 이치를 설명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밀가루 등의 전분을 70℃ 이상으로 끓였을 때 조직이 부풀고 점성이 커지는 호화 작용으로 인해 물 침투성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라면의 겉을 빨리 익혀주면 그 후부터는 물이 잘 침투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익히든 면발이 살아있는 라면을 즐길 수 있다. 조리시간 또한 2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모두가 인덕션에 집중할 때, 가스레인지 소비자 잡다”

 

냄비 바닥이 라면 맛의 열쇠라는 것을 안 이주식 대표는 변리사를 찾아 특허출원 관련 상담을 했고, 특허가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장벽이 나타났다. 

이 대표는 “안전 문제로 인해 2014년 이후 생산된 가스레인지에는 과열 방지 센서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 냄비 바닥을 밀착시켜 주지 않으면 가스불이 꺼져버린다. 그때 처음으로 갈등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희한한 모양새의 냄비를 만들어야 할까 하고 고민했지만, 그래도 맛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 냄비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특허를 내기로 결심했다”며 2년 전, ‘열효율을 높인 과열 방지 접촉형 냄비’로 특허를 출원해 올해 특허 결정이 나기까지의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사업화는 또 다른 문제라며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특허 냄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지인 100명 중 친한 사람 몇 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 있겠다’라는 반응이고, 이 중 한두 명은 ‘되지도 않는다’, ‘야! 잘될 것 같다’라며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70~80명은 아무 얘기도 없었다. 

이주식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중에 널리 알려지고, 공감을 얻고, 인정을 받으려면 대중이 직접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3년 9월 지은엘티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선 그는 냄비를 만들 공장부터 찾았다. 

이 대표는 “대다수 제작업체는 인덕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스용 냄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메이저 회사 대부분이 인덕션용 냄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가정 중 인덕션을 쓰는 비율은 30~40% 정도다. 많은 기업에서 가스레인지 시장이 레드오션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바라봤다. 모두가 인덕션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스레인지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양은 냄비 제작업체가 몰려 있는 대구의 한 공장과 손을 잡고 냄비 제작에 들어간 이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등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이 제품의 특징 때문에 오프라인 시장은 힘들 거로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라면=양은 냄비라는 공식이 이미 박혀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양은 냄비네?’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냄비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면 80~90%는 구입한다”고 말했다.    

세라믹 등 소재 다양화…상위권 랭크될 정도로 반응 뜨거워

 

약 두 달 전에는 세라믹 냄비를 출시하는 등 소재 다양화에도 힘썼다. 그 결과, 쿠팡에서 라면 냄비로 검색 시 상위권에 랭크되고, 국내 메이저 회사가 몰려 있는 편수 냄비 카테고리에서 항상 10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가장 경쟁이 심한 키워드인 냄비로 검색해도 첫 페이지에 뜰 정도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다며, 이주식 대표는 뿌듯해했다. 

디자인적으로도 업데이트를 했다. 라면 물을 잘 따낼 수 있도록 물코를 넣었고, 물 가이드 선을 추가해 라면물 계량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름이 16cm, 18cm, 20cm 등 짝수 형태로 출시되는 기존 냄비의 크기로 인한 불편함도 잡았다. 16cm 사이즈는 라면을 두 봉지 끓이기에 작고, 18cm 사이즈는 라면을 한 봉지만 끓이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이전에는 없던 17cm 사이즈를 출시해 라면 한 봉지를 끓이기에도, 두 봉지를 끓이기에도 적당한 냄비 크기를 완성했다. 무게는 300g 정도로 손목에 부담 없이 한 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게 했다.    

리빙 테크놀로지를 지향하는 지은엘티는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지 않고 옆으로 흘려버리는 캠핑용 삼겹살 직화 그릴도 특허출원 했다. 숯불에 삼겹살을 구울 때 기름으로 인해 불이 한 번에 높이 솟아오르거나 고기가 타버리는 불상사를 막아주는 아이템이다. 더불어 바닥이 평평해야만 하는 전골냄비나 프라이팬에도 고화력 효율 기술을 담아 특허출원 중에 있다.  

이주식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출원부터 상품화하기까지 혼자 해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기업을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주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과 디자인을 전공한 후, IT 전문 광고대행사에 있던 경력을 살려 제품 디자인부터 상세 페이지 제작, 마케팅, 판매까지 혼자 했다. 그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는 있는데 유통까지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함께 개발해 나가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특허 출원과 사업화까지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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