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이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즐기는 영어

AI 홈 영어 발화 교육 솔루션…㈜로메이징 유진아 대표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몇십년간 영어를 공부해 온 성인 중에 영어 울렁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험을 위한 영어교육을 주로 받아왔기 때문이죠.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꿈나무들은 적어도 이런 상황은 겪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한 ㈜로메이징(Romazing) 본사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유진아 대표가 현 영어교육의 현실을 꼬집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AI가 발달해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외우는 문법 위주의 영어교육과 읽기, 쓰기만 주야장천 하는 수업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이 됐다는 말이다. 이보다는 아이가 영어로 자연스럽게 사고하고, 말하고,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통해 ‘플러스알파’를 지닌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유진아 대표는 “전 세계로 나가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그로 인해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아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영어로 잘 소통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에 맞춰 전인격적인 교육에 들어맞는 그런 소통 중심적인 영어교육이 꼭 필요하다”며, 회사를 설립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자녀와 즐기던 영어 학습법 SNS로 공유한 게 ‘터지다’

국제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아동교육을 전공한 유진아 대표는 중국 심천(선전)의 영어 유치원에서 만 5~7세 아이들을 가르치는 원어민 영어 교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앉아서 공부하며 아카데믹한 분위기가 강했던 우리나라 영어 유치원과 달리 미국의 유치원처럼 가르치던 그곳이 꽤 인상적이었지만, 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영어 학교 교사로 지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모든 경력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썩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8개월이 되면서부터 중국의 영어 유치원에서 가르쳤던 것처럼 영어로 노래를 불러주고, 낱말을 알려주며 서로 말하는 등 사람이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영어로 생활했다고 한다. 22개월부터는 집안 상황에 맞춰 커리큘럼을 만들어 적용했는데, 어느새 27개월이 되면서부터 영어가 더 편한 아이가 돼 있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우리 아이만을 위한 커리큘럼이었지만, 당시 하던 SNS에 공유도 할 겸 아무 생각 없이 올리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저곳으로 공유가 되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댓글로 나눠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라 엄마들이 아이와 할 거리를 찾던 시기였고, 이와 함께 엄마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열망이 맞물리며 반응이 터진 것이다. 

 

이에 2021년 1월부터 8개월간 커리큘럼을 무료 나눔했는데, 한 달에 400~500명이 받아 갈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영어교사들도 있을 만큼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이후, 과거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자료를 좀 더 고도화했고, 같은 해 9월부터는 수익화 테스트를 거친 후, 2022년도부터 4만원으로 책정해 나눔을 시작했다.    

 

영어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논문을 읽고 정리해 SNS로 공유도 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은 퍼져 나갔다. 유진아 대표는 좀 더 전문성을 지니기 위해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에서 운영하는 학회 활동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는 “아동의 뇌를 연구하는 교수님에게 연구 보조원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허락해 줬다. 아동 발달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5개월간 지내며 정말 많이 배웠다. 유치원 같은 현장에 직접 나가서 아동 실험과 분석, 발표에도 참여하는 등 대학원생이 하는 모든 걸 경험할 수 있었다”며 미소를 띠었다.

 

학업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었지만, 벌려놓은 사업을 궤도 위에 올려놓는 것도 중요했다는 유 대표는 2024년 3월 청년창업사관학교 안산 본교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했고, 2024년 10월에는 법인 전환도 마무리했다.

 

시험 위한 영어교육 ‘그만’…발화·소통에 초점을 맞추다

 

유진아 대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올해 3월 0~7세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이론편과 영어를 잘 못하는 부모를 위한 연령별, 주제별 핵심 패턴 문장 100가지를 제시한 놀이편으로 구성한 ‘로메이징 유아 패턴 영어 121’을 출간했는데,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2위에 등극한 것이다.  

동시에 매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는 ‘스너글톡’이라는 회화 상품도 출시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부비부비하며 껴안다’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스너글(Snuggle)에서 따왔는데, 아이와 부모가 애착 형성도 하고, 유대감도 쌓을 수 있는 영어교육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 지었다고 한다.

내용은 현실을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육아를 경험한 엄마들이 검수한 내용으로 꾸며진 생활 밀착형 상황극이 주어지면, 이를 따라 하면서 핵심단어와 문장 패턴을 익히고, 여러 상황에 응용하며 심화 표현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숙제와 피드백이 함께 진행되므로 마치 1:1 과외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스너글톡 놀이’도 출시했는데, 4일 만에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호응이 높다. 한 달에 1만5000원의 단가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반응이다. 유진아 대표가 아이와 했던 상호작용 영상들을 보여주며 원어민 음성으로 대본을 읽어주고, 대사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따라만 해도 정서적인 부분부터 영어까지 익힐 수 있는 구조다.

 

부모와 상호작용하는 영어…회화·놀이·그림책이 앱에 쏙

7월 말에는 AI를 탑재한 스너글링(SnugglEng) 앱도 론칭한다. 레벨 1부터 6까지 깊이 있게 구성한 데다 유저의 상황에 따라 학습 파트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오늘 우리 아이가 비행기에 관심을 보이는데, 비행기 관련 놀이를 찾아서 공부해야겠다’라고 하면 관련 상황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식이다.

특히, 놀이할 때 부모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지’, ‘어떤 꿀팁이 있을지’ 등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면서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이에 영상으로 만든 놀이에 대한 해석과 함께 부모가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대본까지 넣었다. 

또한, 소통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간파한 유 대표는 앱 내 장착된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분석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촬영된 것이 뭔지 알려 주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바로 영어 문장으로 보여줘 부모와 아이가 즉각적으로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모와 함께 퀴즈도 풀고, AI와 역할놀이도 하면서 앱 내에서 실시간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스텝별로 구성했고, ‘영어를 쓰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를 위해 상황과 장소만 검색해도 바로 대사가 나오는 실시간 소통 코치 기능도 삽입했다. 또한, 부모와 아이가 그림책을 함께 읽은 후 녹음을 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는 중간에 ‘여기 이 강아지 색깔은 뭐니?’ 등 소통을 위한 문장도 넣었다.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보상 체계도 잊지 않았다. 특히, 영유아에게는 손에 쥐어지는 즉각적인 보상이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사탕이나 젤리 등으로 바로 바꿔 먹을 수 있게 구성했다. 

유진아 대표는 “학습할 때마다 스토어에서 원하는 것을 사 먹을 수 있는 코인을 모을 수 있다. 부모의 이름과 연락처를 넣으면 문자로 기프티콘이 날아오는 형식인데, 테스트 결과 우리 아이들이 이 부분에 엄청나게 매료돼 공부를 더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틀린 부분을 복습할 수 있도록 빨간색으로 표기해 주고, 왜 틀렸는지 이유도 설명해 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교육 전문가와 연결함으로써 온라인 클래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500개의 콘텐츠를 담을 예정이지만, 계속해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더욱 촘촘하게 만들 계획이다. 현재 가격은 미정 상태이지만, 앱 구매 후 7일은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다.  

현재 로메이징은 B2C로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영어학원 등 B2B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콘텐츠에 녹아져 있는 내용들을 전문적으로 꾸려 영어 과학놀이, 영어 인성교육, 영어 환경교육 등의 내용으로 출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진아 대표는 영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 습득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체가 필요한데, 그건 아이들 옆에 있는 부모라는 것이다.  

그는 “영어 교육 커리큘럼을 받아봤던 고객 700명을 한데 모아 스터디를 하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우리 애가 말을 안 하는데, 영어로는 말한다’며 놀라워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고, 소통을 일으키니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어 유치원도 보면 대부분 읽기와 쓰기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는데, 결과물을 빨리 내고 싶어 하는 부모의 성화로 인해 한눈에 평가하기 쉬운 과목 중심으로 교육이 변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아이의 뇌 발달에 정말 맞지 않는 교육 방식”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유 대표는 “아이들의 발달에 맞는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또한, 가정이 다 함께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하는 소통 영어를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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