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인 엔피케이(N·P·K, 질소·인·칼륨)는 생장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비율을 조절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화학비료는 필연적으로 한쪽의 엔피케이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화학비료를 썼을 때 농작물은 잘 자랄지라도 토양에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죠.”
㈜플랜트너(PLANTNER) 신정우 대표가 우리 땅과 인간을 위해 천연 성분의 유기질 비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힘줘 말했다.
그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엔피케이 수치가 높은 유기질 비료를 만들고자 했고, 테스트 결과 성공을 확신했다. 그게 현재 몇몇 농가에서 쓰고 있는 완효성 비료”라며, “수백번의 실험과 실패 끝에 알긴산을 활용한 비료 개발에 성공한 만큼, 우리의 땀과 노력이 대한민국의 K-농부들과 세계 곳곳에서 건강한 땅과 농작물을 위하는 농부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비옥한 토양을 가졌음에도 왜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
영어영문학과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신정우 대표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해외 취업까지 확정된 상태였지만, 입대를 앞두고 떠났던 해외봉사를 통해 원래 관심이 컸던 농업 분야에서 창업하기로 마음을 굳힌 케이스다.
신 대표는 “문화 교류 및 교육 봉사차 베트남에 한 달간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된 점은 일년에 3번의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비옥한 토양과 기후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작황 상태는 좋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화학비료를 남용해 토양 산성화가 심해져 땅을 회복시켜야 하는 기간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유로 자급률이 떨어져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 대표는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조사했더니 한국은 베트남보다 더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화학비료 남용을 줄임으로써 의식주 중에서도 인간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 그중에서도 가장 베이스에 자리하고 있는 농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2021년 군대를 전역한 후, 작물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는 기존과 전혀 다른 프로세스로 인해 재미도 느꼈다. 데이터상으로는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해야 하는 필연적인 상황인데도, 생물 데이터는 어떤 건 증가하고, 어떤 데이터는 증가하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증가하는 등 종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여전히 명확한 솔루션이 없는 비료 분야를 개척함으로써 식량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품고, 2023년 1월 학교 동기와 동아리 선후배 등 8명과 함께 예비법인으로 팀을 결성했고, 1년 뒤 법인전환까지 마쳤다.
농업 체계화 시도했지만…실험을 거듭하며 농민 니즈 파악
초창기 플랜트너는 농업의 체계화에 목표를 두고 비료-앱-계측기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농부들은 어떤 비료를 어디에, 얼마나 뿌렸는지, 작물의 크기는 어떤지 등을 적은 ‘영농일지’를 작성하는데, 수기로 하므로 관리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앱으로 만들면 편리하게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에 집중한 것이다. 특정 영양분이 부족한 토양에 필요한 부분을 메꿔주고 재빨리 병해충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 이론상으로는 좋은 토양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더 나아가 토양마다 계측기를 꽂아 놓으면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바로바로 뜨기 때문에 플랜트너에서 맞춤형 비료를 매주 제작해 보내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즉, 이론상 토양은 계속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이 프로세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깨달았다. 특히, 앱을 써야 한다는 데 거부감을 드러낸 농민이 많았고, 약 50m마다 계측기를 꽂아야 한다는 데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는 농민도 다수였다고 한다.
전라도와 강원도 몇몇 농가에서 실험해 본 결과, 플랜트너는 원초적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고, 농업의 가장 기본 중 하나인 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신 대표가 여러 농가를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친환경 비료에 대한 농부들의 니즈가 높았다는 점이었다. 플랜트너의 비료는 직경 2~4mm의 작은 알갱이로, 구슬 아이스크림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하지만, 작디작은 이 알갱이는 농작물의 성장과 병해충 예방에 탁월한 ‘수퍼라이트급’ 기능을 자랑한다.
전북 부안군과 전남 여수시에 자리한 100평(약 330㎡)~1000평(약 3305㎡) 이상의 8~10개 농가를 중심으로 갓, 배추, 수박, 쌀 농작물을 테스트했고, 2024 KOICA CTS 프로그램 선정을 계기로 베트남의 호찌민 국립대 농과대학과 연결돼 함께 연구개발을 하며 총 4000평(약 1만3223㎡) 크기의 수박, 쌀 농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신정우 대표는 “솔직히 초반에는 화학비료 대비 결과치가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화학비료보다 월등하게 성장도 더 잘되고, 병해충도 없이 잘 자라고 있다”며 웃었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당분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브릭스(Brix)는 기존의 화학비료와 타 유기질 비료보다 7~8% 증대됐고, 잎 크기가 중요한 배추 같은 작물은 잎의 폭이 10% 정도 더 길어지고, 커졌다.
토양 환경 역시 중금속 검출은 제로, 질소 잔류량은 적당했다. 참고로, 질소는 토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잔류하면 농작물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화학물질로 코팅하는 기존의 친환경 비료와 달리 천연 소재로 코팅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걱정도 없다.
해조류서 ‘알긴산’ 추출…“다양한 분야서 국산화에 기여할 것”
이 작은 알갱이를 개발하기까지 플랜트너 팀은 경기도 광교의 바이오허브와 서울대 연구실에서 수백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식물 호르몬을 섞은 원료에 알긴산이라는 생물 소재로 코팅했는데,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가기까지 고난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신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냥 버려지기엔 해조류에서 나오는 유기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출해 보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 알긴산을 추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처음에는 비료로 안 뿌리는 게 더 낫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가 계산을 잘못해 식물이 죽을 때도 있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재차 시도한 끝에 성공 레시피가 나왔고, 이를 레퍼런스 삼아 계속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추, 수박, 과실, 쌀 네 종류로 나온 이 비료는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가격 역시 합리적이어서 기존의 화학비료와 유기질 비료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보통 화학비료는 20kg당 1만5000원~3만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고, 유기질 비료는 2만5000원~4만원 사이다. 플랜트너의 완효성 비료는 2만1600원으로 화학비료 중에서는 중간값의 위치이고, 유기질 비료에서는 가장 저렴한 셈이다. 상용화는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한 후, 올해 연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신정우 대표는 천연 소재인 알긴산을 비료뿐만 아니라, 시약, 화장품, 제약 소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화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알긴산은 타이레놀 같은 제약, 마스크 팩 등 화장품, 식품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고부가가치 소재”라며,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알긴산을 추출해 가공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뿌듯해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제약사나 화장품 회사에서 쓰이는 알긴산은 모두 수입품이다. 이에 플랜트너는 알긴산 추출 기술을 통해 알긴산을 국산화함으로써 같은 성능의 제품이지만 가격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신정우 대표는 “우리의 바이오 기술을 통해 토양의 혁신과 농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함으로써 농업이 6차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를 토대로 궁극적으로는 그린바이오 기업으로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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