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알고 있는 비영리 단체, NGO들은 자체 내 비영리 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산을 국가에 보고하는 시스템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이나 장기요양기관은 국가 예산을 받고 국가 시스템을 통해서 예산 및 결산 보고를 하는데, 여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 좀 더 편하고 정확하게 결산 보고를 할 수 있는 비영리 ERP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비영리 재무회계 컨설팅 전문기업 동행시니어랩의 고상훈 대표는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 ‘마음손 ERP’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음손 ERP는 경영지원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 비즈비가 ‘ERP 비영리 모듈’로 개발한 서비스다. 비즈비 김태형 대표는 “일반 영리기업의 ERP는 비즈비가 개발을 해서 고객사들이 많이 쓰고 있었다. 고객사 중에 비영리 고객사들도 종종 있었다”며, “처음에는 비영리쪽에 별도의 모듈이 없었다. 그런데 고상훈 대표를 만나면서 서로 이해도를 높이고 협업을 통해 영리와 비영리를 통합한 ERP를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복식부기 대신 단식부기…요양기관 특수성 반영한 ERP 개발
사회복지시설이나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는 영리법인과 차이가 있다. 관계법령에 따라 단식부기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며, 국가에 지원금을 신청하고 정산보고 등을 하는 ‘희망이음’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통상 영리기업들이 사용하는 ERP가 복식부기를 기본으로 하다보니, 단식부기를 하는 기관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 복지시설 운영진이 회계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재무회계 업무를 처리하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도 따른다. 여기에 희망이음으로 예산·결산 보고를 하는 업무가 가중되니 부담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
고상훈 대표는 “종전에는 희망이음에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ERP 시스템의 데이터를 희망이음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만든 결과, 회계 정확성이 강화되고 회계가 투명해진다”고 강조했다.
마음손 ERP의 또다른 특징은 경영지표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희망이음 역시 회계관리 등의 기능이 있긴 하지만, 영리기업의 ERP와 차이점이 많고 경영지표를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상훈 대표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기관의 자금흐름이나 경영상태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ERP·법인화 통해 재무회계 투명성 높여 요양기관 운영 지원”
요양기관 설립을 돕는 컨설팅을 하던 고상훈 대표는 요양기관 운영에서 재무회계의 문제가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가지 계기가 있었다. 종전에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장기요양기관에 적용되는 재무회계 규칙이 다소 느슨하게 적용돼 왔는데,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시설에 대한 재무회계 규칙 적용이 여러 차례 강화되면서, 재무회계 부문에서 어려움이 커졌다. 특히 2018년에는 요양기관에 대한 재무회계 규칙 적용이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고상훈 대표는 재무회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7년부터 비즈비 등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사회복지시설과 요양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음손 회계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이다.
두 번째 계기는 2022년에 찾아왔다. 정부는 기존에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이를 개편하면서 통합된 새로운 시스템으로 확대한 ‘희망이음’을 2022년 오픈한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도입 이후 첫 한달 사이 운영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신고된 오류 사례만 10만건이 넘었다. 각종 수당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수급자들의 피해가 발생했고, 수당지급을 수기로 작성하는 과도기까지 있었다. 고상훈 대표는 “희망이음으로 인한 혼란에 회계프로그램까지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동행시니어랩과 비즈비는 기존의 마음손 회계프로그램을 ERP로 확대개편하는 개발을 2023년부터 1년에 걸쳐 진행했다. 개발 이후 데이터를 희망이음으로 전송시키는 테스트 등을 거쳐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표준 연계모델 검증 확인서’까지 발급받았다. 희망이음 입력을 매크로로 대행해주는 일부 프로그램과 달리, 정부 시스템과 정식으로 연동을 한 검증된 프로그램이란 의미다.
ERP로의 개편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비 김태형 대표는 “경영지원 솔루션, 그러니까 ERP·그룹웨어 솔루션·전자세금계산서·전자계약 솔루션 등 다양한 경영솔루션을 서비스하고 있다”며, 이런 솔루션들이 차별화된 노하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RP는 데이터를 담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정리하고 또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빨리 입력하게 하고 이게 노하우들 중에 하나”라며, 이런 노하우를 비영리 분야의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또, 여타 ERP나 프로그램들은 세무신고 프로그램과 기업관리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는 등 시스템이 구분돼 있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하나의 ERP에 영리 비영리를 운영할 수가 있고, 세무신고를 할 수 있는 모듈도 있다”며,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여럿을 운영하는 대신에, 모든 시스템을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소개했다.
마음손 ERP를 도입하면 단순히 희망이음으로의 데이터 전송만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요양기관이나 복지시설은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고상훈 대표는 “법인화 솔루션을 제공해서, 세금을 내고 당당하게 이익을 가져가자는 취지로 사업을 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ERP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것을 통해서 실버산업의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ERP와 법인화 등을 통해 재무회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보다 명확히 해서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기관 운영을 돕기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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