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과 가장 가까운 예술입니다.”
㈜디자인맙(Designmob) 최원선 대표가 회사의 정체성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디자인맙 브랜드인 머시온(MERCION) 제품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단순 패턴 형태를 띠거나 로고 플레이가 대다수였던 기존 스카프 디자인에서 벗어나 동화, 꽃, 십이지신, 랜드마크, 호랑이 등 청년 작가의 독특한 작품을 스카프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와 패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선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스카프는 패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잘 갖춰 입은 옷과 매치한 스카프는 남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년 넘게 무역회사에서 스카프, 넥타이 등 패션 소품들을 제작해 수출했던 경험을 토대로 전문 네트워크와 역량을 쌓았다. 이것이 작가들의 작품을 제품에 녹여낼 수 있는 기술력의 근간”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발품으로 직접 발굴한 작가와 협업…사회적기업 발판 마련
무역회사에서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등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제조공장을 연결해 주는 중개무역업을 했던 최원선 대표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디자인만 있으면, 누구보다도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최원선 대표가 눈여겨 본 브랜드는 에르메스였다. 기존의 스카프 디자인과는 달리 작가의 그림으로 디자인을 만든 후, 색 조합을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걸 보면서 스카프의 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은 후발 주자이지만, 그동안 쌓은 제조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중에 원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스카프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훌륭한 페인팅 작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그들의 작품으로 만든 제품들이 하나같이 엽서, 포스터, 그립톡, 휴대전화 케이스, 스티커 등으로 일관돼 있었다는 점이었고, 페어 마지막 날에는 가격 경쟁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그날 눈여겨 본 30명의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중 여러 과정을 거쳐 4명의 작가과 협업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펀딩을 통해 대중의 반응을 먼저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무섭게 올라왔다. 2019년 와디즈 펀딩 당시 3만원~8만원에 해당하던 스카프가 2주만에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뜨거운 호응이 일었고, 이는 곧 앙코르 펀딩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최 대표는 2021년 8월 법인설립을 마쳤고, 작가들의 예술 활동의 기반이 되면서, 개런티 계약을 통해 상생하는 취지가 사회적기업과 잘 맞는다는 지인의 추천에 따라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거쳐 2022년 예비 사회적기업에도 지정됐다.
예술이 일상이 되다…실크 원단에 원화의 감동을 그대로
디자인맙의 강점은 ‘작품으로 만든 제품’에 있다. 특히, 제품으로 완성됐을 때, 최적화된 디자인이 포인트다. 최원선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스카프는 디테일한 그림이 많아야 예쁘다. 그렇지 않으면 스카프로 완성됐을 때 결코 예쁜 그림이 나올 수 없다. 그림으로 봤을 때는 너무 예뻐서 제품 샘플을 냈더니 빈 공간이 많은 게 대표적인 예다. 색연필 등 손으로 그린 B5 정도의 작은 사이즈 그림을 스캔해서 큰 스카프로 옮겼을 때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던 빈틈이 보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그림은 대개 가운데가 포인트인 경우가 많고, 스카프는 묶었을 때 보이는 가장자리가 포인트가 돼야 하는 차이점에서 오는 문제다. 즉, 그림의 주제도 중요하지만, 섬세한 디자인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최원선 대표는 “처음에는 이런 과정마다 작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그림을 스카프로 제작했을 때 원화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뿌듯해했다.
색감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고 한다. 색연필, 파스텔로 그린 회화가 바로 스카프로 제작되기 힘든데, 디자인맙은 해당 그림의 텍스처는 그대로 살리면서 화려한 색감은 생동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수채화, 연필 세밀화 등 수많은 손그림을 스카프로 제작하는 경험도 쌓았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작품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광택과 컬러를 잘 살릴 수 있는 트윌 실크 원단에 표현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아낸다. 또한, 일러스트의 회화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실크스크린 방식이 아닌 디지털 프린팅으로 제작해 원화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봉제 방식도 남다르다. 수작업으로 테두리를 롤링해 봉제하는 핸드롤드 헤밍(Hand rolled hem)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스카프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디테일로, 숙련된 장인이 스카프 한 장을 작업하는 데만 40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원단 소급, 프린팅, 봉제, 포장 등 특성화별로 공장을 컨택해 제작한다.
베르사유 궁전, 디올도 인정한 실력…예술감동을 아이템으로
현재 약 20명의 작가와 50개 이상의 작품, 170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디자인맙은 해외 유명 관광지와 브랜드에서도 스카프 제작 실력을 인정받았다.
2023년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선정돼 프랑스 메종&오브제(MAISON & OBJET)에 참가할 당시 베르사유 궁전에 제품을 납품하는 바이어 업체로부터 스카프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모티브로 디자인해 납품하고 있고, 2024년부터는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디자인맙의 제품이 들어갔다. 올해 5월에는 디올의 한 남성 향수 라인에도 스카프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공공기관에서도 디자인맙은 떠오르는 루키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국학진흥원에서 7년째 진행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젝트의 요청으로 우리 전통 문양인 ‘능화문’을 재해석한 스카프를 디자인하는 등 디자인맙만의 예술성을 인정 받았다.
현재 디자인맙은 스카프에 머무르지 않고, 머플러, 스마트워치 스트랩, 파레오(Pareo)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중, 스마트워치 스트랩은 2주 펀딩 기간 동안 1000만원 넘게 팔았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평균 2만5000원이라는 단가를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패션 감도가 높고,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고객으로부터 환영을 많이 받았는데, 의외로 남성 고객의 비율이 높았다고 한다. 게다가 작품 원작, 작가 설명과 함께 동봉한 종이의 QR을 찍으면 워치페이스를 다운로드할 수 있어 고객에게 두 배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카프에서 구현되던 작품의 생동감을 가방에도 부여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고, 20대도 매기 쉬운 스카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를 들면, 목에만 걸면 되는 넥타이처럼 단추만 끼면 쉽게 멋들어진 스카프를 장착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최원선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고객에게 가치를 전하고 예술의 감동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비, 감도가 높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B2C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이 필요한 기업과 공공기관 등 B2B, B2G를 넘나드는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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