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감독 200명을 초대해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개최했었는데, 그 이후로 전국의 축제 기획사 500곳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그중 약 400곳에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며 바로 예약을 잡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트래쉬버스터즈(TRASH BUSTERS)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곽재원 대표가 시장의 반응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축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사람 허리 높이만큼 가득 쌓여 있는 일회용품일 정도로 축제 장소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축제장=쓰레기장’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축제의 끝은 언제나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축제 감독으로서 10년간 활동했던 곽재원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축제나 행사를 총괄하면서 항상 따라다니던 문제는 쓰레기였다. 행사규모에 따라 나오는 쓰레기양은 다르지만, 서울시청 잔디광장을 기준으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00~1000개 정도 나온다”라며, “어떻게 하면 축제장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쓰고, 반납하면 끝…“일회용품 없는 축제라니”
‘다회용기를 제공해 축제장에 일회용품을 없애자’는 곽재원 대표의 아이디어는 업계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 청년프로젝트 투자 사업’에 선정된 그는 당시 진행하던 음악 축제에 시범적으로 다회용기를 제공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300~400개를 배출하던 음악 축제의 쓰레기봉투 양이 단 5개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왔던 쓰레기도 푸드트럭의 원재료였던 것을 고려하면 관객들에게서 나온 쓰레기는 제로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곽 대표는 “당시 관객들의 호응이 더 뜨거워 SNS에 도배가 될 정도였다. 사실 축제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잘 쌓고 있었는데,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인 가치도 부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창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9년 법인을 설립한 곽재원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세척기술이었다. 이용자가 다 쓴 다회용기를 전용 반납함에 넣으면 수거해 세척공장으로 옮겨 세척을 한 뒤 다시 대여해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깨끗하게 씻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 안양에 우리만의 세척 기술이 깃든 세척공장을 설립했다. 여기에 대한 R&D 비용만 50억원이 들었을 정도로 세척 기술 고도화를 위해 공을 들였다”며, “집에서 컵 몇개 설거지를 하는 것은 쉽지만, 몇십만개를 똑같은 품질로 빠르게 세척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개발자들과 함께 계속 테스트하는 과정을 3년정도 거쳐 작년 12월에는 ‘초고압 다회용기 자동화 세척 설비’로 특허까지 획득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컵뿐만 아니라 뚜껑까지 자동화로 세척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세척-헹굼-건조-정밀 검수-분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돼 시간당 1만개를 세척할 수 있다고 한다. AI를 이용해 모든 세척 과정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아 원가를 90%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곽 대표는 전했다.
“일회용품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회용품을 쓸 때보다 저렴해야 한다. 즉, 원가 절감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동 세척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거지할 필요 없어”…기업체도, 카페 사장님도 환영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는 기업체에서 더 많이 찾을 정도로 ESG 경영에 핵심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매출의 대다수가 기업 구독형으로 이뤄질 정도로 B2B 거래가 활발한데, 그 시작은 코로나19였다고 한다.
곽재원 대표는 “창업하자마자 업계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 시기, 기업의 일회용품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KT 사내 카페 이용객을 대상으로 다회용컵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서울과 경기권의 회사 150군데에 월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11, 14, 16, 22온스 등 컵 크기도 다양하고, 22온스 안에서도 20온스, 21온스 등 세밀하게 계량해서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신경 써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지난 7월 에브리데이 워싱 서비스(Everyday Washing Service)라는 이름으로 카페 서비스 브랜드도 론칭했다. 이는 카페 피크 시간 세척 전담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 인건비 감소에 이바지할 수 있고, 직원들은 설거지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돼 근무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강점이 있다.
곽 대표는 “일반 매장에서 한 명이 1시간 동안 세척할 수 있는 컵의 수량은 약 80~100개다. 이에 세척기를 구비하는 곳도 있는데, 문제는 값이 비싸고, 고장 날 경우 수리비가 추가로 든다는 점”이라며, “일반 카페에 컵 하나당 90원에 대여해 주고 있는데, 이는 컵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당 최저 인건비와 비교해 봐도 훨씬 효율적”이라고 뿌듯해했다.
일회용품보다 저렴하고, 깨끗하게…“일회용품 패러다임 바꿀 것”
곽재원 대표는 트래쉬버스터즈가 단순히 다회용기를 대여하는 회사가 아닌, 다회용기의 모든 여정을 설계·운영·혁신하는 ‘순환 솔루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래쉬버스터즈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고압·고온 분사 & UV 살균 통합 세척 시스템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혁신성을 자랑한다.
그는 “해외에도 우리 같은 다회용기기 업체들이 100군데 정도 있는데, 그들은 우리같은 세척기술이 없다”며,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세척하는 기계가 보편화돼 있을 뿐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 기계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였다”고 세척 기술을 개발한 경위를 밝혔다.
일례로, 지금은 컵 하나당 90원에 대여해도 60원이 남지만, 이전에는 150원이 까이는 구조였다고 한다. 지금은 국내의 경쟁 업체들도 트래쉬버스터즈에 세척을 맡길 정도로 원가절감과 위생에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트래쉬버스터즈는 이 기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아직도 구내식당의 식판 세척기로 일회용품을 세척하는 해외 업체에 트래쉬버스터즈의 세척 장비를 라이센스로 판매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재 400평(약 1322㎡) 정도의 공장 규모를 올해 안에 2000평(약 6611㎡)으로 늘리고, 전국의 지역 거점마다 10개의 세척 공장을 세울 계획도 있다.
곽재원 대표는 “전국 어디든 연결하는 순환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단위당 비용을 낮추고, 회전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싸고,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편리함을 가진 일회용품에 맞서 자동화, 표준화를 통해 일회용품보다 더 싸고, 위생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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