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 안주하지 않고 아이디어 찾아 미래 도전

20년 업력 ‘볼 트랜스퍼’ 전문기업…아이에스비코리아 남용우 대표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는 한국이랑 좀 달라요. 지나가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설명을 합니다.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는 것이죠.”

 

볼 트랜스퍼 전문기업 아이에스비코리아의 남용우 대표는 지난 7월 8일부터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도쿄 매뉴팩처링 월드 전시회에 참가한 감상을 이렇게 밝혔다. 

 

남용우 대표는 “우리하고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데리고 오면, ‘이게 뭡니까’라고 질문을 한다”며, “이렇게 설명을 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잠재적인 고객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에스비코리아는 경기도 화성시가 개설한 지역소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단체관을 통해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총 200여가지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바이어를 물색한 것이다. 

 

남 대표는 “온라인 영업만 하면 바이어들이 이 제품을 어떤 용도로 쓰고 어떤 문제점이 생겼다는 걸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바이어와 직접 부딪히는 것이 회사의 기술력을 한단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볼 트랜스퍼를 생산하는 회사는 너무 많아서 포화 상태”이지만, “기술에 자신이 없으면 일본 전시회는 감히 나가질 못한다”면서, 아이에스비코리아가 정밀 기술에 들인 노력과 투자가 결실을 맺어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설립해 업력 20년…‘소부장’ 국산화에 노력

 

볼 트랜스퍼란, 볼을 이용해 마찰력을 줄이고 물건을 이송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릇처럼 생긴 부품에 작은 볼을 넣고, 그 위에 큰 볼을 올린 제품이 대표적인 형태다. 회전축과 축대 사이에 볼을 넣어 마찰력을 줄이는 부품은 볼 베어링이라고 하는데, 볼 트렌스퍼는 이와 달리 물건을 이송하는데 초점을 맞춘 부품이라는 차이가 있다. 

 

남 대표는 볼 트랜스퍼의 원리를 “고대의 피라미드를 만들 때 쓰던 방식을, 구 형태로 재현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볼의 마찰계수가 극도로 낮기 때문에, 1톤의 하중을 가진 물건을 볼 트랜스퍼 기반 운송장비 위에 올리면 10kg의 측면 하중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볼 트랜스퍼는 물건을 한 방향으로 이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60도 회전을 시킬 수도 있다. 기계식 주차장이나 전시장 등지에서 차량을 올린채 회전하는 턴테이블이나, 산업용 기기를 360도로 회전시키는 각종 장비에 볼 트랜스퍼가 들어간다. 아이에스비코리아는 각종 턴테이블이나 설비를 직접 만들어 시공하기도 한다. 

 

남용우 대표는 “가공기술에 따라서 볼의 회전력이나 수명, 마모성 등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불과 2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 볼 트랜스퍼를 만드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정밀가공이 필요한 소부장 산업이 대체로 그렇듯, 볼 트랜스퍼도 일본이나 독일 등 제조업 강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는 부품이었다. 

 

아이에스비코리아 역시 처음 설립됐을 때는 해외에서 재품을 들여와 판매를 하는 회사였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남용우 대표는 현대전자에서 LCD 공정개발 등의 업무를 하던 중 일본 기쿠치 키코사의 회장과 인연이 닿게 됐고, 2005년 아이에스비코리아를 설립한다. 창업 당시에는 기쿠치 키코사가 100% 지분을 보유했으나, 2023년 한국 61% 일본 39%로 지분을 변경해 한국법인으로 전환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제품 국산화를 목적으로 기술이전을 받으며 자체생산을 시도해온 아이에스비코리아는, 2013년 공장을 확대한 이후 2014년 ISO9001과 ISO14001 인증을 받았고, 2023년 소부장 전문기업과 뿌리기업에 등록한데 이어 2024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와 경영혁신 중소기업 등록까지 달려나갔다. 

 

남 대표는 회사 설립 초창기 기술이전을 받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일본 기쿠치 키코사의 회장은 기술을 오픈하라고 하지만, 일본 기술진들이 노하우를 쉽사리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샘플을 직접 들여와서 분해하고 실측과 가공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기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본사나 우리나 이제 동등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연구개발(R&D) 쉬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 찾아 뛴다

 

지금까지 아이에스비코리아는 수출과 국내 매출의 반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디스플레이 대기업의 생산공정에 볼 트랜스퍼를 많이 공급해왔다. 하지만 이제 관련 기업들이 국내를 떠남에 따라, 남용우 대표도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함에 따라 아이에스비코리아도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이 상당히 늘어났다. 내년초까지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가장 수출이 많은 국가는 일본이다. 물류업 관련 수출 비중이 크다. 아이에스비코리아는 볼 트랜스퍼를 적용해 직접 이송장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밖에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나 물류 이외에 반도체 등 생산설비에도 제품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볼 트랜스퍼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규모가 큰 회사까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제품 가격은 낮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이에스비코리아의 경쟁력은 ‘품질’에 있다. 

 

제조업 생산라인에 제품이 들어갈 경우 최소 200개 이상에, 한번에 1000개씩 제품이 들어가는 일도 있는데, 디스플레이 같은 산업분야에 납품된 볼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볼이 문제인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공정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남 대표는 이런 경우 납품한 제품을 전량 교체한다며,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객맞춤형의 특수품 위주 사업이란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표준 부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이를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춘 회사들이 많은데, 아이에스비코리아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특수품에서 나온다고 한다. 오랜 업력과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가능한 사업모델이다. 

 

남 대표는 “신생업체들이 자급력을 투자해서 많은 광고도 하지만, 많은 고객사들은 회사의 업력을 보고 판단한다”면서, 아이에스비코리아의 20년 업력과 품질경영이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은 내구성도 좋다보니, 수명이 길어서 교체 주기도 점점 길어진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제품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다. 지금까지는 산업용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B2B 사업에 머물러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B2C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고 있다. 

 

남 대표는 “그래서 전시회도 많이 가보고 새로운 연구에 힘을 쏟는다”며, “우리 기술만 가지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남의 기술도 보고 그것을 응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업력에도 과거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자세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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