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기업을 선택하고, 어떤 직무가 자기에게 잘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직무가 뭔지’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어요. 이런 상태에서 쓴 자기소개서는 허황된 얘기만을 만들 뿐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본사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에이블제이(ABLEJ) 박경호 대표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취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들은 일명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국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기업체 인턴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다수의 경험을 보유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스펙쌓기는 오히려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펙의 중심은 ‘나’라는 사람이 지닌 성향, 성격, 인생의 지향점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경호 대표는 “AI와 대화를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어울리는 직무는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며, “무조건적인 스펙쌓기가 아닌, 의미 있는 인생 설계를 위해 프로그램화했다. 대학교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데이터는 졸업 후 취업을 하고 훗날 이직을 할 때도 유용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이 성공이고, 행복인가?”…가능성을 커리어로 열다
박경호 대표가 창업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생각했던 선배들의 솔직한 담화를 들은 후다. 그 후, 개인적인 고민에서 나온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 박 대표가 삶에서 지향하는 바가 섞여 에이블제이의 서비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IT 기업의 러시아 주재원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외교관, 법인장 등 20년 이상 커리어를 쌓은 훌륭한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꿈꿔왔던 길을 걷던 이분들이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대화를 들은 후 소위 현타가 왔다”며, “그때쯤 되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할 줄 알았는데, 저 때도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마찬가지구나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 역시 삶과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공부 잘해서 서울대 가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인생의 행복이라고 여겨졌던 시대에 어른들 말처럼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가서 큰 기업의 해외법인 경영총괄까지 지냈지만, 결국엔 잘못된 삶의 방향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고통받는다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었고,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러시아에서 작은 기업체 3~4곳을 운영하고 있던 한인을 보고, 기업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에 부족한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창업을 공부했고, 3번의 쓰라린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2년간 하며 차곡차곡 준비했다고 한다.
‘잠재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회사’를 모토로 2021년 에이블제이를 설립한 박경호 대표는 비대면 면접 공간인 ‘인터뷰박스’를 시작으로, AI 면접코칭 솔루션 ‘노트미’를 거쳐 AI 커리어관리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훅 파고드는 질문이 예사롭지 않네!…베테랑 면접 AI
‘면접은 대화다’라는 콘셉트로 베테랑 면접 전문가들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개발한 대화형 AI 모의면접 솔루션인 노트미(NoteMe)는 실제로 면접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취준생들이 가장 먼저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인데, 취업의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2023년 론칭해 작년 3월부터 정식으로 선보인 서비스다.

노트미의 경쟁력은 기업과 직무를 선택한 후, 자기소개서를 넣으면 실제 면접관들이 물을만한 질문들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최신 이슈와 뉴스가 자동 업데이트돼 ‘맞춤형 질문’으로 쏟아진다. 이는 정해진 질문 DB를 거치는 타 솔루션과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면접 질문의 퀄리티가 높아서 놀랐다’, ‘피드백에서 질문의 의도를 설명해 주는 게 피면접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해줘서 답변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꼬리질문에 당황했지만, 대처하는 센스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등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졌다.
박경호 대표는 “처음에 이 서비스를 론칭할 때만 하더라도 AI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 AI 상담자, 애플 시리 등 AI에 대한 신뢰성이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AI 면접에 대한 인식이 좋을리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써본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이 ‘기대 안 하고 사용했는데, 음성도 좋고, 피드백도 잘해준다’, ‘날카롭고, 진짜 같은 질문이 나온다’며 만족해 한다”고 뿌듯해했다.
현재 서울대, 성균관대, 국방부, 삼성, SK텔레콤, KB국민은행, 고양시, 광주시, 성남시, 용인시, 부천미래교육센터 등 37개 대학과 기업, 지자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대학생의 취업을 위한 모의면접, 기업체 인력의 취업 역량 강화, 시민 일자리와 재교육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AI 친구와 15분만 얘기하면 ‘커리어 설계’가 전문적으로
면접 코칭 솔루션으로 전국의 대학교와 기관, 지자체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등 면접까지 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에 박경호 대표는 ‘학생들의 역량을 처음부터 관리해 줄 솔루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학의 상담 인력은 과부하 상태로, 한 사람이 500명 이상의 학생을 상대하기 때문에 사실상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솔루션은 1대1 튜터라고 보면 된다. 어린시절과 중고등학교때의 경험을 종합해 어떤 직무가 잘 맞고, 어떤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면 좋을 지 추천해 줘 자신조차 몰랐던 자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몰랐던 잠재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9월 정식 출시한 이 플랫폼은 한 마디로 ‘학생과 대학의 미래를 설계하는 AI 취업 카운셀러’라 할 수 있다. 학년, 전공, 수준에 상관없이 실시간 트렌드를 반영한 모든 직무에 대해 진로 탐색부터 자기소개서, 이력서, 인턴십 연계, 모의면접, 취업 매칭까지 가능하고, 학생의 역량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외활동 부분에서 ‘대외활동을 하면서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어떤 장면이었어?’라고 물었을 때,, ‘서포터즈를 했는데 상을 받았어’라고 답하면 ‘상을 받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어?’ 등 관련 질문들이 세세하게 이어진다. 마치 친구와 문자로 수다 떨듯이 채팅했을 뿐인데, 희망하는 직군의 적합도, 추천 직업까지 분석돼 결과물로 나온다.
박경호 대표는 “성장과정, 학창시절, 봉사활동, 공모전, 알바 등 29개의 소주제가 있는데, 주제별로 대화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이 추가돼 정리된다. 보통 15분 정도만 얘기하면 전문적인 분석 결과가 도출된다”며, “이를 통해 희망하는 기업에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 경험 기반의 자기소개서가 완성된다. 또한, 자기가 추구하는 직무와 역량에 맞춰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과정을 추천해 주고,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인턴십을 전국단위로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AI가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기 때문에 학생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에이블제이의 직무역량 강화는 3년차 이하의 신입이 사회에 발을 들일 때 준비할 것들을 최적화 시켜주지만, 25년차까지도 면접 난이도를 조정해놨기 때문에 지역민의 재취업이나 노인 재교육, 경력보유여성 등 다양하게 확장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직 전문 헤드헌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향후에는 취업포털사이트와도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해외에도 서비스를 론칭한다. 엔비디아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nVIDIA Acceleration Program)에 선정된 에이블제이는 최근 미국 현지 대학교와 기관에 선보일 파일럿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고용노동부 산하의 기관을 위해 영문 버전으로 서비스를 만들었고, 내부 심의 절차 진행 중이다. 이후, 2026년에는 B2C로 미국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박경호 대표는 에이블제이의 솔루션을 통해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역할을 함께 풀어가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현재 대학은 위기와 시대적인 역할을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소멸 위기가 커지고 있는 지금,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각 지방의 대학이 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재교육, 외국인 교육 등으로 확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얼마나 혁신하는지가 관건이다. 우리가 AI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역량관리와 커리어 관리의 디지털화 중요성도 강조했다. “학생들 개개인을 깊이 알 수 있는 커리어 트레이너로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직무역량과 취업률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며, “이런 솔루션은 학생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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