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 흠뻑 젖은 머리로 이렇게 외치며 달려오는 아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차에 타자마자 기절하듯이 곯아떨어졌는데, 정말 신나게 놀았나봐요.’
‘우리 애는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아이인데, 글쎄, 휴대폰을 안 찾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다리메이커의 ‘패밀리 워케이션’을 경험한 부모들이 남긴 후기다.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불이익이 되지 않는 사회’라는 슬로건으로 가족과 일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다리메이커는 ‘지역 관광’까지 녹여내 ‘돌봄’과 ‘인구소멸지역 활성화’라는 사회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강호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워킹맘 중 95%가 퇴사를 고민해 본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기업의 핵심 인재 이탈로 인한 생산성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운영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육아기 직원들의 커리어도 챙기면서, 돌봄을 같이 융합할 수 있다면 이런 사회적인 문제도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인구소멸지역과 연계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 자원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의 서비스 모델을 생각했다”며 환히 웃었다.

아이들의 행복은 가정으로부터…부모·자녀 간 소통 다리
강호산 대표가 다리메이커만의 패밀리 워케이션 개념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교육학을 전공한 후,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일했던 2년 간의 경험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오후 2시면 모두 약속이라도 하듯이 시계를 쳐다보는데, 한결같이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아이들이 하원은 잘하고 있는지, 학원에 안전하게 잘 가고 있는지 등 여러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학교를 나와 가족소통교육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프로그램은 ‘소통 카페’였다. ‘아이와 단 10분간만 대화할 수 있는 카페’라는 콘셉트로, 엄마·아빠와 아이만의 속깊은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핀조명 하나만 켠 채, 카페 주인장 역할의 강호산 대표가 소통 질문지를 건네며 진행하는 형식이다.
‘밥 먹었니?’, ‘학원 갔니?’, ‘숙제했니?’ 정도의 말만 오고 갔던 대화에서 ‘엄마가 언제 너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아?’와 같은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화들로 채워주기 때문에 결국 울음바다로 끝은 나지만, 부모와 아이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엄마, 외할머니 병간호 하시느라 정말 힘들었죠? 힘든 시간을 견뎌줘서 고마워요’ 등 성숙한 대화를 꺼내 부모를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입소문을 타고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에 소개되고, 서울시 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패밀리 서울’에서 우수사례와 우수상을 수상하며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과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은 서비스 모델의 확장을 가져왔고, 지금의 패밀리 워케이션으로 발전했다.
강호산 대표는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에게는 커리어와 아이 돌봄 문제를, 아이에게는 신나게 뛰어놀면서 교육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으로서도 노동자의 만족도를 높일 기회로 작용한다. 잘하면 우리가 일·가정 양립을 이루는 실질적인 키워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패밀리 워케이션
다리메이커의 패밀리 워케이션은 ‘육아기 직원 커리어·아이 돌봄·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3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22년 7월 법인 설립 후, 작년 7월에 처음 오픈한 이 서비스는 20년 이상의 발도르프 전문가가 설계한 돌봄 커리큘럼과 4~5성급의 온전한 휴식 공간 분리 제공, 인구소멸지역 해결이라는 3박자가 갖춰져 경영평가 개선과 ESG 경영이 절실한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남원시청을 필두로, 국민연금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전기안전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손잡았으며, 남해, 부산, 진안, 제천, 제주도, 통영 등 6개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13개 지역과 시범사업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2박3일의 단기 상품부터 일주일 단위, 한 달 단위 등 여러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다리메이커의 패밀리 워케이션은 패밀리 워크숍, 기업 워크숍 및 교육 연수, 힐링 프로그램 등 3가지 섹션 아래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팀의 집중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기업 복지 차원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챙기는 리프레시 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족의 쉼과 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리메이커는 숙소 선별부터 까다롭게 진행한다. 4성급 이상의 숙박 시설 중 다리메이커만의 메뉴얼 기준에 통과된 숙소와 협의하는데, 1박에 30만원~40만원대의 가격대로 워케이션 장소와 교육까지 책임진다. 이는 ‘평일 비수기 빈 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하는 숙박업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국립진안고원 산림치유원은 국립 산림 치유 시설인 만큼 1박에 5만원~7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저주파 치료기기, 편백찜질 기기 등 치유원의 모든 기구를 사용하면서 온전하게 치유와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다음 연도에는 전라북도에 있는 모든 치유원을, 그다음 연도에는 전국의 치유원에서 다리메이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패밀리 워케이션은 지역 관광지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인구소멸지역의 경우, 가족의 체류를 유도하는 실수요 콘텐츠를 통해 생활 인구 증가효과로 이어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다리메이커 자체 통계에 따르면, 4인 가족이 해당 지역을 방문해 식사, 지역 액티비티 등에 쓴 비용만 작년 2박3일 기준으로 평균 15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티칭 워케이셔너’가 아이 돌봄까지…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일하는 동안 부모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이다. 다리메이커는 창의성과 사고능력을 강조하는 발도르프 교육을 진행한다. 만 4~12세의 나이대를 가장 권장하며, 선생님 한 명당 5명의 아이가 배정된다.
커리큘럼은 크게 ‘날숨’과 ‘들숨’의 반복인 ‘리듬 기반 교육’으로 이뤄진다. 수채화, 모둠놀이, 수공예, 숲산책 등을 통해 소근육부터의 신체와 사회성을 발달 시키고, 자유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 감성 의지 등을 발달시킨다.
강호산 대표는 “선생님이 놀이를 짜서 주도하는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자유 놀이에 기반해 교육한다”며, “동네에 모여서 산에 아지트를 만들고 친구들과 놀았던 나 어렸을 때와 달리, 요즘에는 동네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이런 육체적, 정신적인 활동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산에서 진행했던 교육을 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긴 나무 막대를 가져와 땅에 심어 자기만의 나무를 만들고, 이름을 붙여주며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다”며 흐뭇해했다.

냇가에 들어가 물고기도 잡고, 집라인, 회전그네도 타면서 자연을 만져볼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마친 아이들은 바깥에서 방출했던 에너지를 정돈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중 하나인 손 유희 놀이에서 ‘엄마! 사랑해요’와 같은 글씨를 바느질로 만들어 함께 온 엄마에게 선물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놀이 중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한 시간에 한번씩 카톡으로 보내주고, 놀이가 끝나면 사전에 수집한 정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에게 추천할 만한 발도르프 리포트를 발행해 준다. 이는 추후 가정에 돌아간 뒤, 아이의 특성과 기질에 맞는 교육법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렇다 보니 부모와 아이의 만족도는 평균 99%로 상당히 높고, 재방문 의사 또한 97%가 넘는다. 특히, 어머니들이 가장 만족도를 느꼈던 지점은 아이와 ‘따로, 또 같이’ 공간을 즐긴다는 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4~5시간의 자유시간만으로도 오랜만에 푹 잤어요’, ‘자연을 보면서 멍때릴 수 있었어요’ 등 힐링을 만끽했다는 후기가 그 방증이다. 어떤 어머니는 ‘일하는 엄마에게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숙제 같을 때가 있는데 소중한 쉼표가 돼서 좋았다’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직접 설문조사를 할 수 없어 알 수는 없지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엄마, 또 와요’, ‘지금 가야 돼요?’, ‘하루만 더 있으면 안돼요?’ 라고 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여기에는 선생님의 역할도 크다. 동대문구 청년센터와의 MOU를 통해 시작한 ‘티칭 워케이셔너’라는 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뽑힌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물에 빠지고, 숲에서 같이 달리며 몸으로 놀아주기 때문이다.
강호산 대표는 “교육학 전공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여행 가고 싶을 때 연차를 쓰기 힘들다는 점이다. 방학 때 몰아 써야 하기 때문에 성수기 때 비싸게 여행을 떠나야 하는 서러움이 있다”며, “이에 우리는 ‘교육계의 노마드’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교육학 전공자, 보육교사·산림지도사·유아숲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에 대한 개념과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개념을 교육한 후, 현장에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40명의 티칭 워케이셔너를 양성한 상태로, 모집할 때마다 정원이 초과돼 대기자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오는 하반기에는 지역의 자원을 가지고 돌봄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돌봄 기획자 양성을 위해 각 지자체에 티칭 워케이셔너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지방인구소멸 문제와 기업, 기관의 일·가정양립, ESG 경영을 핀셋으로 공략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다리메이커는 작년도 매출의 두배를 이미 달성했다.

강호산 대표는 “돌봄, 워케이션, 지역 관광 이 세가지를 균형감 있게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며, “일·가정 양립 문화 하면 다리메이커의 패밀리 워케이션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컬처를 돌봄 콘텐츠로 만들어 지방에서 패밀리 워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여행을 오거나 출장을 오더라도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은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강호산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운영하는 투자 프로그램과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한국임업진흥원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투자를 통해 오는 하반기에는 빠르게 전국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훗날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비주류 문화를 돌봄 콘텐츠로 만들어 K-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대상의 워케이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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