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야옹이 ‘건강검진 리포트’가 5분 안에 짜~잔

반려동물 건강검진 솔루션…㈜버디랩스 김민재 대표 

 

‘강아지 나이와 상태에 따라 어떤 검사 항목을 필수로 받아야 하나요?’

‘동물 병원마다 전화해 일일이 가격과 검진 항목을 물어보자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치네.’

 

이처럼 반려동물 보호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할 때다. 천차만별인 진료 항목과 진료비를 알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직접 비교해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펫 관련 상품과 서비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 보호자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꼼꼼하게 설계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노력, 시간, 돈을 가장 크게 투입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설계돼야 한다. 

 

동물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검진은 검진에 드는 시간보다 보호자 상담과 검진 후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므로 수의사의 품이 가장 많이 드는 영역이기도 하다. 

 

강아지 키우며 깨달은 반려동물 건강검진의 중요성

 

작년 1월 설립된 ㈜버디랩스는 김민재 대표가 강아지를 키우면서 경험한 아이디어가 축적돼 사업화로 이어진 케이스다. 경영학을 전공한 후, 창업을 목표로 6년간 와인 및 외식업, 물류업 분야에서 전략기획과 신사업기획 업무를 하면서 전반적인 사업 운용 능력을 쌓아온 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김민재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푸들(Poodle)과 비숑(Bichon)을 키우고 있는데, 병원진료를 받다가 이중 한 마리가 당뇨로 진단을 받았다. 아이가 당뇨 증상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가 검진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라며, “그때부터 건강검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반려동물 건강검진과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솔루션이 반려동물 건강검진 플랫폼인 ‘버디닥(buddydoc)’이다. 김민재 대표가 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반려동물 보호자도, 수의사도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었다. 보호자는 정보를 알기 위해 발품을 팔 필요가 없고, 수의사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선, 건강검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병원 선택에 어려움을 느꼈던 보호자를 위해 앱을 구성했다. 보통 검진 프로그램의 가격대는 2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고, 다리관절 검사, 신체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 CT 등 수많은 항목이 존재한다. 또한, 같은 프리미엄 건강검진이라고 하더라도 병원마다 진행하는 세부 검사 항목들이 다 다르다. 이 때문에 병원마다 검진 항목과 가격 비교를 쉽게 할 수 있어야 반려동물 검진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앱은 처음 사용해 본 사람도 쉽게 쓸 수 있게 돼 있다. 앱에 접속하면 보호자가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에 건강검진이 가능한 병원을 검색해 주는데, 각 동물병원의 체크 포인트와 장점 등을 비교하고, 검진 프로그램 내 검사 항목까지 일목요연하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어떤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보호자는 검진추천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전남대학교 수의대학과 협업해 만든 이 기능은 반려동물의 품종,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항목을 추천해 준다. 

 

갑자기 아픈 반려동물을 위해 위급도 정도도 체크해 준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기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앱에 ‘기침’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설문들이 나오는데, 다 작성하고 나면 위급도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보호자가 궁금해할만한 것들도 알려준다.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아닌 음식을 구별하는 것이 힘들 때, 해당 음식명을 키워드로 넣으면 먹여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려준다. 

 

이 외에도 검진 데이터나 진료기록이 있는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호자가 건강을 관리할 방법을 제안해 주는 등 반려동물의 전주기 건강관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런 편의성 때문인지 별도의 앱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2만명이 넘는 반려인들이 버디랩스의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검진 보고서 생성 프로그램으로 수의사 업무 효율성도 UP

 

김민재 대표는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동물병원의 편의성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검진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검진 시간의 2배 이상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들의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동물병원에서 보호자 상담 및 문진부터 검진, 검진 데이터 정리, 검진 보고서 작성, 결과 설명에 이르는 과정만 약 3.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검진 데이터를 정리해 작성하는 것이다. 

 

이에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차트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수의사 소견만 입력하면 검사와 결과에 대한 설명이 자동으로 제공되도록 ‘동물병원 검진 리포트 생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PDF 형태로 저장해 출력할 수 있고, 모바일로도 전송할 수 있어 수의사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만족도까지 고려했다. 

 

김민재 대표는 “검진 관련 예약이 들어온 것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다가 검진 이후에는 보고서를 5분 이내로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점점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길 원하는 동물병원이 늘고 있다”며 환히 웃었다. 

 

현재 서울, 경기, 전라도, 경상도 지역 등 버디랩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동물병원만 약 200곳이고, 한 달에 들어오는 검진 데이터만 600건 이상이라고 한다.

 

예방 의학으로 서비스 범위 확장할 것…펫보험 개발에도 도움

 

김민재 대표는 검진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한 개체에 대한 모든 검사 결과와 수의사의 소견이 담겨 있는 고품질의 의료 데이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후 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모든 기록을 관리하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병원마다 기록이 파편화돼 있어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들다”며, “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펫보험 출시는 물론, 보험 플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백신, 기생충 관리 등 예방 의학으로의 서비스 확장도 구상 중이다. 또한, 검진 결과에 따라 맞춤형 영양제 제품 등을 추천해 주는 등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김민재 대표는 “건강검진은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스텝이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건강검진이 좋은 경험으로 남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동물병원에는 검진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 분야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으로 성장해 북미를 시작으로 해외의 반려동물 보험 분야에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