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대응까지 ‘색’ 변화로 쉽고 빠르게

‘색’으로 보고, 지키는 안전…지아이에프코리아㈜ 안현수 대표 

 

운전자가 고속도로 분기점을 헷갈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노면 색깔 유도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는 횡단보도의 바닥 신호등.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설치비용으로 교통사고 발생률 감소에 큰 공헌을 한 대표 사례들이다. 이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색’으로 뚜렷한 안전 효과를 냈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지아이에프코리아(GIFKOREA) 본사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안현수 대표는 ‘색’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색은 누구나 인지가 가능하다. 아주 어린 아이라도 색의 변화에 따른 결과를 교육만 하면 금방 구분해 낼 줄 안다”며, “이런 시인성 때문에 공장의 비상 대피로나 계단에 색을 칠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드문데, 유독 유해화학물질처럼 위험 요소를 금방 알기 어려운 분야에는 색이 도입되지 않았었다”며 색(Color)으로 보는 안전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냄새도 없고, 알아차리기도 힘든데…‘화학물질’ 누출 예방은 어떻게 하나

지아이에프코리아의 ‘색으로 보는 안전’이라는 사업 아이템은 안현수 대표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풀어낸 케이스다.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에 다니며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납품했던 안현수 대표는 직업 특성상 반도체 팹(FAB)을 볼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유해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팹 특성상 가스나 화학물질 누출에 대한 철저한 예방은 필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현수 대표는 의문점이 들었다고 한다.

 

“가스는 가스감지기를 통해 검사를 하지만,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가스처럼 편하게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고가의 장비를 설치하지 않으면 포터블(portable) 기기를 가져와서 포인트마다 확인하거나 눈으로 화학물질이 떨어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여서 즉각적으로 위험 요소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런 게 나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편하게 검사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생각이 ‘색상이 변색되는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안현수 대표는 “현장에서는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센서에 많은 의존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배관 작업을 하면서 장비를 갖다 놓고 화학물질이 새는지 아닌지 계속 관찰하면서 일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화학물질 종류에 따라 냄새가 나는 것도 있고, 무색무취인 것도 있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즉각적으로 현장에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안현수 대표는 2016년 지아이에프코리아를 설립했고, ‘색의 변화’를 통해 위험도를 시각화하겠다는 콘셉트에 따라 제품을 기획, 개발하기 시작했다. 

 

작업자·환경관리원·지나가는 직원 모두 ‘안전 관찰자’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관리 산단 내 사고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133건의 중대 사고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산업재해, 화재, 폭발, 유해화학물질 누출 같은 사고였다. 문제는 이런 사고 유형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다. 특히, 화학물질은 반도체 팹을 비롯해 세척과 냉매의 사용이 많은 발전소, 비행장, 식품업계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지아이에프코리아가 설립되던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케미컬은 누출이 잘 되지’, ‘아! 누출됐나 보네’ 등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긴 후로는 개개인의 안전에 대한 인식도 강해졌다고 한다. 특히,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는 표면처리업종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는 배관 접합부에 누출감지테이프 등을 부착하고, 주기적인 순회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현수 대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이 새기 전에 혹은 누출 현황을 즉각적으로 확인해 조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유해화학물질 쪽에서 처음으로 ‘색으로 보는 안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지아이에프코리아는 ‘변색센서기술’을 이용해 테이프, 스프레이, 잉크 타입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실제로, 테이프 형태의 제품을 보니 센서코팅이 돼 있었는데, 이 부분이 화학물질 누출 시 바로 색이 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설치도 간편하다. 안현수 대표는 “숙련된 사람이 설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안전에 대해서는 심플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각심을 가지고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업체에서 원하는 사이즈대로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테이프를 원하는 부위에 붙이기만 하면 설치가 끝난다”고 했다.

 

노란색의 테이프가 빨강, 초록, 파란색으로 변하면 위험하다는 뜻의 직관적인 디자인과 시인성은 안전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과 경제성에도 도움이 된다. 유지보수 시 정확한 누출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유지비용과 투입되는 인원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상시 유지 관리 비용이 100이라고 했을 때 테이프를 붙인 후에는 10~20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무동력 센서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험도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스프레이 형태는 검친 시 많이 사용되는데, 누출이 의심되는 부위에 뿌리기만 하면 된다. 잉크 타입은 현장 바닥이나 원하는 장소에 페인트칠하듯 활용하면 된다. 특히, 고공에 매달려 있는 배관에서 화학물질이 한두 방울 떨어졌을 때 유용하다. 변색센서기술이 적용된 작업복도 있는데, 작업 시 위험에 노출됐을 경우 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안현수 대표가 보람을 느끼는 지점은 작업자들이 안심하고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라고 한다. 

 

편리성과 효율성을 무기로 지아이에프코리아의 제품은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발전소, 조선, 제철, 중공업, 철강, 화학, 공공기관, 공군 등 다양한 곳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고, 중국, 대만, 일본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을 기점으로 한 글로벌 업체들의 러브콜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산업현장→가정으로 ‘확장’…AI 시스템 개발로 ‘세상의 모든 안전’ 담당할 것

 

최근에는 수소감지 센서와 암모니아 감지 스프레이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준비를 마쳤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체 연료로 각광받는 분야에도 안전 시스템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가정의 안전에도 지자이에프코리아의 기술은 활용된다. 도시가스 누출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도록 배관 이음새 부분에 센서를 달아 2~3년 전부터 서비스하고 있고, 식기세척기, 에어컨 실외기 냉매처럼 물이 새기 쉬운 곳에 색 변화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용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헤드 역시 미세하게 물이 누출되기도 하는데, 스프링클러 제작업체와 협력해 색상 변색을 통해 누출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 판매 준비 중이다.

 

안현수 대표는 AI 시대를 맞이해 색으로 보는 안전에도 AI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터뷰 장소에 큰 모니터가 사무실 안을 비추고 있었는데, ‘AI 기반 누출 모니터링 시스템’ 초기 모델이었다. 안현수 대표가 모형도에 붙어 있는 테이프에 살짝 변색을 시도했더니 모니터의 색상 자체가 변하면서 사무실 전체에 큰 알람이 울려 퍼졌다.

 

그는 “보는 안전에서 AI 모니터링 안전으로 확장 중이다. 사람이 보던 것을 카메라가 존을 설정해 이 부분에 누출이 발생하면 곧바로 인식해 관제시스템에 전송해 알려주고, 현장에서도 경광등이나 알람 시스템을 이용해 알람이 울리도록 개발 중”이라며, “이를 통해 누출부터 경고, 대응에 이르기까지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고정식 화학물질 이송 배관, 암모니아 연료 이송 배관, 화학물질 보관탱크 등 사람의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올해 말에 프로토타입(prototype)이 나오면 내년에 상용화할 예정인데, 이미 일본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해 먼저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하고, 국내 몇몇 기업에서도 POC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도로를 달리는 케미컬 이송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탱크로리 차량의 안전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2024~2025년까지 발생한 총 12건의 운송차량 사고 중 11건이 누출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는 화재 및 폭발, 인명사고뿐만 아니라 토양 및 수질 오염 같은 심각한 이차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에 현재 개발 중인 시스템이 ‘색으로 보는 운송차량 안전 솔루션’이다. 유해화학물질을 이송하는 탱크로리 차량의 테두리와 밸브 등에 누출 감지 테이프를 붙인 후, 운전석에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달아 내비게이션처럼 즉각적으로 위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안현수 대표는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아니더라도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비즈니스와는 별개로 괴리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특히,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아이템이 더 잘 팔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방하는 아이템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람을 위한 아이템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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