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창업을 시작한 이유는 진짜 기능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맛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건강식이 유행하면서 식품업계에서 건강 콘셉트로 많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품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포스솔루션 장진환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건강식’으로 차별화됐던 많은 식품이 끝내는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남기며 사라진 사례는 흔하다. 예를 들어, 무설탕이라는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혈당이 오르지 않거나, 당뇨환자가 먹어도 문제없는 음식이다. 물론,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말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내심 기대했던 효과는 얻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것이 마케팅의 함정인 것이다.
요리가 좋아 전공도 취직도 식품 분야로…창업 목표로 경력 쌓아
인터뷰를 위해 찾은 경기도 성남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6층과 9층의 공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시종일관 행복한 미소를 띠었던 장진환 대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요리하며 ‘음식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언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다투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두 분 사이가 굉장히 좋았는데, 딱 한 번 새벽에 크게 싸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밖에 나가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와 애들 ‘밥’ 때문에 안 된다는 아버지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그때부터 엄마를 돕고 싶어 계란프라이, 떡볶이, 볶음밥 등을 하나하나 마스터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식품회사에서 10년 넘게 연구원으로 일하며 창업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쌓아 나갔다고 한다.

장진환 대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두루 경험하며 식품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축적해 나갔다”며, “특히 처음 업계에 발을 디뎠던 회사에서 현재 내 기술 개발 능력의 80%를 배웠다고 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두 번째 회사에서는 OEM 생산과정을 두루 경험하며 소스와 HMR(가정간편식) 개발 과정을 거쳤고, 대기업으로 이직한 후에는 내가 개발한 소스·수프로 매출 100억원을 만드는 보람도 경험했다. 그 후, 40살에 창업을 하겠다는 꿈을 위해 종합식품회사 스타트업으로 옮겨 경영 전반적인 부분에 참여하며 역량을 쌓았다”고 했다.
건강과 맛의 ‘공존’…재료부터 신중하게
2022년 8월 회사를 설립한 장진환 대표는 ‘Safety, Specialty, Sincerity’를 미션으로 내걸고 B2B 사업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내 최고의 무기는 기술개발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업체에서 개발 의뢰를 받아 개발을 진행한 뒤, 필요하면 생산 업체까지 섭외해 납품하는 B2B 형태가 첫 사업 모델이었다”며, “이런 이유로 기업명도 ‘Focused On your Business Success’의 앞 글자를 따 포스(FOS) 솔루션이라고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를 내자마자 국내 굴지의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케이크와 파이 제품 개발 의뢰가 들어왔고, 장 대표의 아이디어 제품이 채택돼 그해 10월과 11월에 연이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순탄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B2B 제안용으로 개발했던 쿠키 제품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장 대표는 직접 브랜드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23년 3월 벨쿠오레(BelCuore)를 론칭했다.
처음에 개발한 제품은 ‘르뱅쿠키’였다. 소화를 돕기 위해 천연발효 버터를 사용해 만든 쿠키로, 깊은 풍미와 촉촉한 식감을 동시에 구현해 소비자의 호평을 받았다. 용기를 얻은 장진환 대표는 밀가루를 완전히 뺀 좀 더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2024년 ‘티그레’를 개발했다.
‘타이거’라는 뜻의 프랑스 대표 구움과자 중 하나인 티그레는 피낭시에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안에 필링이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단, 프랑스 현지에서는 설탕코팅이 돼 있어 달달하지만, 장진환 대표는 당은 물론, 밀가루를 빼 ‘건강한 디저트’로 디자인했다. 볶음 아몬드가루를 메인 베이스로 약간의 쌀가루를 섞어 반죽했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기 위해 달걀은 흰자만 사용했다.

이후, 그동안 쌓은 제품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짜 건강식’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당쏙빵’을 2024년 10월 내놨다. 당쏙빵은 이름 그대로 설탕, 밀가루, 쌀가루를 모두 뺀 제품이다.
장진환 대표는 “아무리 당을 빼더라도 밀, 쌀을 베이스로 하면 탄수화물로 인해 혈당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당뇨환자도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기능적인 면도 고려했다”며, “식이섬유소에는 혈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껍질째 볶은 아몬드가루를 기본 베이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환자들을 대상으로 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평소에 당뇨환자들은 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 맛이 없는 음식만을 섭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뿌듯하다”고 환히 웃었다.
현재 벨쿠오레 제품은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전국에 납품 중이고, 스마트 스토어, 카카오메이커스, 신세계 온라인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손잡고 ‘건강한 식문화’ 전파할 것”
장진환 대표는 식품 연구원으로 쌓았던 자신의 역량을 소상공인과 공유하며 함께 공존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노하우가 일반 소상공인에게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공장이 있더라도 레시피 개발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법적인 표시사항 혹은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부분을 몰라서 실수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이런 분들에게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부터 레시피 개발, 공장 공정 설계, 제품 생산 등 프로세스 전체를 솔루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환 대표가 3년간 20곳 넘게 솔루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안타까웠던 점은 장인정신에만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기획력’이 떨어지는 실수를 범하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이었다.
장 대표는 “사장님들 중 대다수는 본인이 직접 다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아! 난 이게 좋아’, ‘이거 하고 싶어’에만 꽂혀 사업장 위치와 타깃층은 고려하지 않은 채 관광지에서 파는 제품을 파는 등 애초에 기획부터 잘못된 경우가 있다”며, “그것보다는 자신이 창업한 목표를 떠올리며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식으로 판매할 것인지 초기 설계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진환 대표는 현재 신제품 라인 구축에 한창이다. 먼저, 당쏙빵 제품 중 초코 파우더를 가미한 초콜릿 맛을 개발했는데, 이전보다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고, 단백질 가루를 베이스로 해 기존보다 단백질 함량을 약 5배 높였다. 현재 소비기한 테스트 중으로 내년 초 안에는 선보일 계획이다. 당쏙쿠키도 내년 초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 5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반영해 피넛버터와 초콜릿 맛 두 가지 라인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앞으로 장진환 대표는 디저트에서 푸드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벨쿠오레가 이탈리아어로 ‘예쁜 마음’이라는 뜻인데, 진실한 마음으로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브랜드명에 녹여낸 것”이라며, “디저트를 넘어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레토르트 제품들을 기획해 벨쿠오레를 ‘맛과 건강’이 조화롭게 결합한 푸드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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