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칫솔이라며 행사장에서 주길래 써봤는데 조금만 힘을 주면 휘어지는 등 그립감이 좋지 않아 불편했어요.’
탄소중립,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몇 년 전부터 기업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던 것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칫솔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소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강도를 못 따라갔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다시물결 김형조 대표 역시 이런 문제를 직시했다. 미세 플라스틱 이슈를 잠재우면서도,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비교했을 때 내구성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창업으로 이어졌고, 3년 전 회사를 설립했다.
칫솔로 시작한 친환경 플라스틱 프로젝트는 필라멘트 개발과 해양 생분해성 부표로 이어졌고, 산업별 제품에 맞는 소재를 개발해 판매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국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해외 시장의 러브콜을 받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서 호응 얻은 ‘칫솔’…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개발의 시작
김형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이 산업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점유율을 보면 빨대, 필름, 비닐 같은 일반 소비재 혹은 일회용품에 한정돼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내구성 문제로 모아진다”며, “PLA, PBAT 등 기존의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계 플라스틱의 40% 이하 내구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플라스틱은 산업용 제품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명확한 한계점이 있었다. 게다가 대기업은 PLA, PHA 등 베이스 원료에 치중하는 면이 강해 소재를 만든 후, 어떻게 제품화할지에 대한 문제는 항상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이에 기존 플라스틱에 뒤지지 않는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스튜디오 다시물결은 칫솔을 개발해 2024년 처음 시장에 내놨다.
김 대표는 “100%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PHA 소재를 써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미국, 일본, 한국의 한 대기업 소재 개발사와 컨택했는데, 해외의 회사들은 수율이 맞지 않아 한국의 대기업에서 받아 1년간 연구, 개발해 생산에 성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출시 8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는 등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고, 유럽 내 1만4000개의 매장을 보유한 독일의 회사로부터 납품 의뢰를 받아 수출을 논의 중일 정도로 B2C뿐만 아니라 B2B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으로 시장의 반응을 검증한 스튜디오 다시물결은 제품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진짜 잘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김형조 대표는 당시 장비도 더 들여오고, 인력도 충원해서 지금은 소재 연구부터 개발, 제품화까지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REO 솔루션…친환경에 내구성 더해 ‘소비재→산업용’ 전환 기틀
스튜디오 다시물결의 바이오플라스틱이 석유계 플라스틱 수준의 높은 물성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REO라는 내구성 강화 솔루션 덕분이다. PHA에 자체 개발한 CNF(Cellulose Nano Fiber, 나노셀룰로오스) 기술 역량을 더해 기존 바이오플라스틱보다 인성, 충격강도, 영률 등 3배 높은 물성을 완성했다. 마치, 건축물의 철근을 콘크리트가 감싸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는 산업용 제품에도 적용 가능한 수준의 내구성으로 활용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기존 친환경 플라스틱 공정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소비재에서 산업용으로 ‘바이오플라스틱’의 쓰임새가 전환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스튜디오 다시물결은 미세 플라스틱 이슈가 있으면서 규제나 정책 부분에서 초기 단계인 분야를 찾아 나섰고, 바로 ‘부표’에 집중했다.
2023년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가 전면 금지되면서 현재는 플라스틱 부표만 사용되고 있지만, 플라스틱 부표 또한 미세 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부가 친환경 부표에 대해서 지원을 늘리겠다고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형조 대표는 “기존 플라스틱 부표처럼 단단하면서 높은 내구성을 가진 친환경 부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심감이 있었다”며, “작년 초부터 개발해 생분해성 부표를 완성했고, 10월에는 해양수산부의 인증부표 품질인증위원회 심사도 통과했다”고 뿌듯해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없으면서 해양수산부에서 요구하는 3년 이상의 사용 연한보다 높은 5년 이상을 쓸 수 있고, 충격, 열 피로도, 압력 내압, 촉진 내후성 등 플라스틱 부표 기준과 동일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국내 첫 생분해성 부표다. 현재 이 부표는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에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와 그 산하 교육국, 자카르타 수산기술대학교와 미팅했는데, 친환경 부표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컸다”며, “세계 수산물 생산국 2위이면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국 2위라는 고민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현재 수산기술대학교와 MOU를 맺었고, 훗날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MOU를 맺는 것을 목표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필라멘트 양산 제품도 완료한 상태다. 아시아 최초로 FULL PHA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로, 3D 프린팅 시 작은 충격에도 끊어지거나 부러지기 쉬운 PLA 소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FDA 승인을 받은 이 필라멘트는 현재 캐나다 드론 기업과 함께 생분해 묘목 식재 포트로 판매 중이고, 일회성 의료용 소형 제품 개발에도 쓰이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의 ODM·OBM 업체로 연구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스튜디오 다시물결은 자체 공정을 통해 배합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기도 한다. 가령, ‘이 빨대에 맞는 소재를 만들어 달라’, ‘이 필라멘트에 맞는 걸 제조해 달라’ 등 다양한 기업의 요구가 있는데, 김형조 대표에 따르면, 폴란드의 한 기업의 요청으로 샘플 납품을 했을 정도로 해외 수요도 많은 편이다.
의료와 뷰티 분야도 눈여겨 보고 있는 시장이다.
김형조 대표는 “최근에는 깁스도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를 많이 하는 추세다. 고강도의 깁스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PLA는 내구성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팩의 뒷면에 붙어 있는 필름도 보통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데, 그걸 대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련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김형조 대표의 꿈은 화장품계의 코스맥스나 콜마처럼 바이오플라스틱 업계의 ODM(Original Development/Design Manufacturing)·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업체로서 연구, 개발부터 제품화까지 모두 할 수 있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분해 분야에도 리사이클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에서 유래한 원료인 바이오플라스틱이 생분해되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바이오 가스화하는 것이 진정한 자연 순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훗날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구축을 위한 환경도 조성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월 800톤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공장 라인이 완공되는 만큼 스튜디오 다시물결은 대기업, 정부출연 연구소 등과 연구개발에 착수해 세계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형조 대표는 “우리가 PHA로 필라멘트를 개발한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이미 세계로 눈을 돌리면 첫 개발국은 네덜란드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을 크게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심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정부 정책도 아쉬운 면이 있다”며,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경각심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수요가 많은 만큼 글로벌 진출도 활발히 모색 중인데, 독일, 일본의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주관하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에도 선정됐다. 김형조 대표는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니즈가 큰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수출할 기회가 될 거라 내다봤다.
또한, 인도네시아를 허브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더 나아가 북유럽까지 양식용 부표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으로 산업구조가 전환되는 데 일조하는 게 목표다.
김형조 대표는 “‘좋은’,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서 많이 쓰여야 소재도 많이 팔리는 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와 데이터들이 궁극적으로 좀 더 좋은 제품, 더 저렴한 제품, 더 편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그래서 높은 생산력과 연구개발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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