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저는 개발자로 일하면서 퇴근이 늦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터에 있으면서도 업무에 100% 집중하지 못했고, 애들은 마음껏 보지 못한 상태가 지속됐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힘들었습니다. 아마 모든 맞벌이 아빠가 그럴 거예요.”
육아 서비스 플랫폼 ‘위베일리(wibaily)’ 운영사인 ㈜템스(temps) 정재훈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꼈던 맞벌이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런 고민이 쌓이고 쌓여 탄생한 회사가 템스다. 육아를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육아 아이템’을 위한 아이디어 엑기스만 모아 젊은 부모들이 더 이상 육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포부다.
육아에 힘들었던 ‘맞벌이 아빠’ 세 명이 뭉쳤다
의용전자공학을 전공한 정재훈 대표는 12년간 헬스케어 관련 기기 개발자로 있으면서,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그의 유일한 위안은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회사 동료들이었다.
정재훈 대표는 “좀더 육아를 쉽고, 효율적으로 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마음으로 관련 시장을 찾아보니 대부분 앱 혹은 제품으로 나뉘어져 있었다”라며, “기술이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데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하드웨어 및 제품 개발자, 설계자 이렇게 3명이 모여 힘을 뭉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아기 아빠’ 세 명이 의기투합해 머릿속에 있던 아이템을 기술로 실현하기 위해 2022년 템스를 설립했고, 자신들의 경험담을 하나하나 제품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템스의 첫 번째 아이템은 ‘수유량 측정 앱’이다. 블루투스로 앱과 연동된 제품에 우유 젖병을 꽂고 수유하면 얼마나 먹었는지, 몇 시에 먹었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먹었는지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 준다. 특히,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산후관리사 셀프 수유’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겠다는 긍정 효과도 바라봤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50:50이었다고 한다. ‘편리하다’는 반응과 ‘여기에까지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의견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아이를 키울 때 기록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만들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개발의 순서가 잘못됐던 것 같다. 산모들에게는 좀 더 직관적인 제품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이때를 계기로 개발자 마인드에서 사용자인 산모들의 마인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수유량 측정 앱으로 시장에 접근했을 때는 사용자인 산모의 의견이 갈렸지만,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난 뒤에 오히려 앱 신뢰도가 올라갔고, 많은 산모가 ‘육아 기록용’으로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사진 공유로 가족애↑
템스가 개발한 후속 모델은 ‘디지털 액자’다. 앱에 기록된 사진이 바로 조부모를 비롯해 원하는 제3자와 즉각적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이다.
정재훈 대표는 “몇 개월 만에 아이를 봤는데 어느새 훌쩍 커져 있더라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카톡으로 소통하는 상황들이 많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라며,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의 시기를 함께 공유하면서, 가족과 추억으로 쌓아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전자액자 서비스를 내놓은 뒤, 현장의 반응은 첫 서비스 출시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출시한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앱 리뷰 평점 4.9점을 기록했고, 만족도는 97%에 달했다. 특히, 손주를 보고 싶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봐야 했던 ‘조부모님’의 만족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정 대표는 “부부는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 사진으로 시간을 공유할 수 있고, 양가 부모님과는 소통의 창구가 된다”며, “영상통화에 어려움을 느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들을 보고 싶을 때마다 10인치 태블릿 크기에서 바로바로 볼 수 있어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라고 자부했다.
특히, TV 화면이 돌아가듯이 최신 사진들이 슬라이드 되면서 나오기 때문에 디지털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의 반응이 좋다.

정 대표는 “사진이 100장 이상 넘어가는 순간 뒤 사진은 다 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최근 앨범, 여행 테마, 겨울 테마 등 공유하고 싶은 사진첩을 우선 세팅할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는 소프트웨어 자체를 스스로 다 만들기 때문에 현장의 반응과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에 맞춰 클라우드 서비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만한 건, 전자액자 서비스를 시작한 후 오히려 수유 일지용으로도 사용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탄력받은 템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는 ‘육아 일기’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사진마다 일기나 메모를 하면 즉시 반영되고, 책자 제작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자액자는 경기도 여주시를 필두로, 포천시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과 민간 산후조리원에 서비스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퇴소한 부모는 위베일리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요람에서 7세까지’…산모와 아이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
‘전자액자’를 통해 가족을 ‘디지털로 연결’하겠다는 정재훈 대표는 앞으로 산모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부터 교육 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먼저, 여주시 산후조리원과 협업해 전화로 소통하기 어려워하는 산모를 위한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빨리 와주세요’, ‘기저귀 주세요’, ‘분유 타 주세요’, ‘피곤하니 방해하지 마세요’ 등의 표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했고, 코어, 골반, 어깨 운동 등 산모들이 동영상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 중이다.
산후조리원 직원들을 위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AI 시대인 만큼 사람이 해왔던 단순, 반복 업무는 줄이고, 산모와 아기 케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 안내’ 등 각종 편리 서비스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 교육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정재훈 대표는 “아빠가 처음 됐을 때, 때때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정보들도 산발적으로 나와 있어 막막할 때가 있었다”며, “초보 엄마, 아빠가 자기 아이의 기질에 맞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고, 여기에는 7살 전에 배우는 한글, 영어, 수학, 코딩 교육 등을 아우를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대표는 위베일리 서비스로 가족 간 소통에 빈틈을 메꿔 가족 모두 즐겁고, 유연하게 양육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아이 양육을 하면서 가치관의 차이와 이견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환경이 출산과 양육의 기쁨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우리 서비스가 부부, 부모, 산후 도우미 간의 원활한 소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아이도 사랑을 듬뿍 받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단순 유행이나 엄마, 아빠가 ‘혹’하는 제품이 아닌, 실제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로 아기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 증가에도 기여하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플랫폼이 사각지대에 숨어있는 어려운 가정에서도 아이를 계속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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