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 충전하며, 지게차 ‘배터리 건강’도 체크

전동지게차 배터리 통합 관리시스템…케이-비엠에스 김태우 대표 

 

“위험성 평가를 위해 현장을 가보면, 유독 전동지게차만 이렇다 할 관리 방법이 없는 거예요. 다른 분야는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 솔루션을 줄 수 있었는데, 전동지게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리는 대안이 없더라고요.”

김태우 대표가 창업 전, 기업의 위험성 평가 업무를 위탁받아 진행하던 회사 직원으로 일하며 느꼈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의 이런 고민은 창업의 아이디어로 발전해 지금의 케이-비엠에스(K-BMS, K-Battery Management System)를 설립한 배경이 됐다. 

김태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전동지게차 배터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충수를 챙겨 넣어줘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오래 걸리고, 불편해서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그래서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은 보장하고, 일의 효율성은 올리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까지 높이기 위해 지금의 시스템을 고안했다”며, 전동수송차량용 배터리 통합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찾은 재창업의 기회…1.28 비중의 고충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MBA 연구기술경영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김태우 대표는 사실 K-BMS가 두 번째 창업이다. 2010년대 초반, 김태우 대표 회사의 거래처가 미국의 대기업과 합병을 하면서 공급망이 끊겼고, 매출이 급감해 폐업의 쓰라림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위험성평가를 위탁받아 진행하던 회사에 취업한 김태우 대표는 그곳에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찾았다. 현장에서 일을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전동지게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라는 창업 아이템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태우 대표는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동지게차의 배터리는 납과 황산으로 돼 있고, 항상 물을 보충해 그 비율을 1:1.28로 맞춰야 한다. 그 작업을 하지 않으면 폭발이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전동지게차 납축전지 24볼트 샘플을 보여주며 직접 물을 붓는 시범을 보여줬다. 2볼트짜리 배터리를 연결해 만든 이 장치는 각각의 연결고리마다 달린 뚜껑을 하나하나 열고, 최소 2주일에 한 번씩 물을 부어 비율을 맞춰줘야 한다. 

문제는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물을 부어야 하는 뚜껑의 개수는 늘어나고, 물을 보충할 때도 부레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물이 넘쳐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물이 넘칠 때마다 배터리 안의 황산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배터리 바깥 부분이 하얗게 일어나고, 부식을 일으켜 결국 누전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실 배터리 관련 사고는 운행할 때보다 물을 보충할 때 일어난다. 워낙 보호막이 강력하다 보니 누전으로 인해 폭발하더라도 작업자 의자가 덜컹거리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볼트짜리 칸마다 20L짜리 말통에 해당하는 양의 물을 부어야 하는데, 그 시간동안 작업자는 온전히 유해가스나 유독물질에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시간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각각의 배터리마다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2주일에 한 번씩 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작업장의 경우에는 물 보충하는 작업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원칙대로 관리하는 현장이 드물다. 관리를 잘 하지 못한 배터리의 수명은 줄어줄고, 결국 원래 수명보다 빨리 폐기 처분을 하게 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기업 손실로 이어진다. 참고로, 24볼트 배터리는 400만원에 육박하고, 46볼트는 1600만원이 넘는다. 사업장이 커질수록 비용 손실도 커지기 마련인데, 650대 이상의 전동지게차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배터리 교체 비용만 매년 15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주유기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배터리 진단’까지 플러스

 

주전자 혹은 비커로 일일이 물을 부어야 했던 기존 작업을 좀 더 편하게 할 방법을 찾다가 고안한 방법은 ‘전동지게차 배터리용 증류수 보충 시스템’이었다. 이 솔루션으로 2019년 경기도가 주최한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 8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김태우 대표는 1년 만에 장치 개발까지 완료했다.

1차 버전은 2볼트 배터리의 물 주입구에 꽂아 사용하는 ‘밸브’ 형태였는데, 안에 센서와 튜브를 달아 물이 충전돼 부레가 뜨면 자동으로 급수가 멈추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고 한다. 24볼트 배터리 샘플용으로 12개의 밸브를 만들어 현장에 보여준 결과, 오히려 한꺼번에 들고 다니기 번거롭다는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디벨롭한 버전이 지금의 ‘건(gun)’ 형태다. 주유기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지만, 운용방식은 전혀 다르다. 주유기는 기구적으로 멈추지만, K-BMS의 시스템은 센서를 단 건을 넣기만 하면 물이 나가면서 부레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급수가 멈춘다. 물이 새지도 않으면서 멀리 떨어져 작업할 수 있어 유해가스의 위험으로부터 멀어지고, 물리적인 시간도 5분이면 완료할 수 있어 작업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렇게 2~3년의 시간을 투자해 2차 버전을 완성한 K-BMS는 올해 5월 ‘배터리 진단’까지 할 수 있는 최종 버전을 출시해 대기업과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하며 현장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김태우 대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배터리에 대한 지식 없이 전기차를 몰듯, 전동지게차 작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배터리에 물을 보충하는 작업을 하지만, 실제 배터리 상태가 어떤지는 알 방법이 없다”며, “만약 2볼트짜리 12개가 힘을 합쳐 24볼트의 힘을 발휘하는 배터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중 한 배터리라도 효율이 낮아지면 과부하가 걸리고, 금방 전체 배터리의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상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으면,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만 교체해 주면 된다. 이에, 우리는 위험, 경고, 주의, 관심, 양호로 나눠 배터리 상태를 알려준다.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는 물 보충량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배터리 건강 진단’을 해주는 것”이라며, “원래는 전동지게차 점검을 6개월~1년에 한 번씩 하게 돼 있는데, 우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2주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하면서 배터리 진단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기업의 유무형 비용 ‘감소’…대기업과 해외의 관심 UP

전동지게차 관리의 핵심인 ‘보충수’를 쉽고, 편리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배터리 진단까지 해주는 배터리 통합 관리 시스템인 ‘도비 시스템(DOBBY SYSTEM)’은 올해 5월부터 현대중공업과 POC 진행 중이다. 작년 5월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에서 주최한 ‘대기업과의 밋업 행사’에서 K-BMS의 샘플과 기술을 본 현대중공업 측에서 관심을 보였고,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1년을 기다려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이동형 배터리 통합 관리 시스템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추가 발주를 받고 스탠딩 형태의 시스템을 2대 더 활용 중이다. 스탠딩 형태는 고정설치형으로, 수도와 시스템을 연결해 수질 관리와 적정 보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추가된다. 지금은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유한킴벌리 김천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고, 오뚜기 안성 공장과 GS칼텍스 여수 공장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김태우 대표는 “전동지게차 10대 이상 정도 되는 사업장에서는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건비, 물, 배터리 교체 비용 등 예상되는 연간 절약 비용만 약 3500만원이다. 또, 물 보충 시간만 몇 개월이 걸리던 작업장은 단 2~3일이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11월 초에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이 주최한 매칭 사업에 참여한 K-BMS는 현지에서 아프리카 전체 시장의 60% 점유율을 차지하는 배터리 제조사와 성공적으로 미팅할 수 있었고, POC 진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케냐 현지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과의 만남도 성사돼 직원 채용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골프카트에 대한 수요도 넓은 편이다. 지난 9월 킨텍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미국 바이어들이 골프 카트 얘기를 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관심도 뜨겁다. 코이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1월 중순 삼성, LG 계열사와 공장이 몰려있는 베트남 박닌으로 떠난 K-BMS 팀은 현지 POC 진행을 준비 중이다. 

아프리카, 아세안 13개국 등 납축전지를 쓰고 있는 모든 분야를 타깃으로 시장을 보고 있다는 김태우 대표는 전 세계에 K-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빠른 시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수익 모델을 떠나 세계의 모든 현장에서 우리 시스템을 활용해 좀 더 안전하게, 작업 효율성을 높이며 일했으면 좋겠다. 브랜드명을 도비 시스템으로 지은 것도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도깨비인 도비에서 따왔다. 그만큼 현장의 작업자들이 하는 허드렛일을 K-BMS가 하고, 작업자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