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술 없어도 페인트칠하듯 화장품이 ‘밀착’

롤러 퍼프 전문 브랜드…율세븐 조하린 대표 

 

“제가 화장을 잘 못하는지, 화장이 항상 두껍게 되고, 파운데이션이 덕지덕지 발리는 거예요. 그래서 저처럼 화장을 능숙하게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균일하게 메이크업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롤러 퍼프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율세븐(YUL7) 조하린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롤러 퍼프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메이크업은 레이어를 쌓듯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공들여 발라야 한다. 하지만, 바쁘거나 화장에 익숙하지 않으면 들뜨고, 하얗게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무기자차 자외선 차단제처럼 백탁 현상을 동반하는 화장품은 더욱 그렇다. 

조하린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설레는 외출 준비’다. 외출은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거운 법이다. 그런데, 화장이 잘 안되면 그날 기분까지 다 망치게 된다”며, “화장을 쉽고, 편하게 도와주는 뷰티툴 하나가 외출을 가볍게 해주는 것처럼, 우리는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큰 기쁨을 주는 뷰티툴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페인트 롤러에서 아이디어…수작업으로 시제품 만들어 체크


율세븐은 조하린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제품으로 출시돼 브랜드로 발전한 케이스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두드려도 들뜨는 화장을 볼 때마다 자신의 ‘손기술’을 탓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페인트 롤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조하린 대표는 페인트칠하듯 힘을 덜 들이면서도 균일하게 얼굴에 밀착력을 높일 수 있는 도구를 만들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다녔던 그는 사내 브랜딩 강의를 들으며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평소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왔던 분야인 뷰티 도구에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피부톤이나 화장 기술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롤러 퍼프를 첫 번째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우선,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실제 사용감을 느껴볼 필요가 있었다. 이에, 조 대표는 35년간 현악기 제작을 해온 아버지에게 제품 제작을 부탁했다.

 

“나무로 깎고 다듬으면서 시제품 제작에 착수했고, 실물에 퍼프를 오려 붙인 뒤 직접 사용해 보면서 각도와 그립감 등을 체크했다. 또한, 롤러 부분의 퍼프도 꼈다, 뺐다 쉽게 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수작업’으로 제품 개발에만 일년의 시간을 쏟은 그는 디자인 특허 등록과 롤러 퍼프의 기능적인 면을 중심으로 실용신안 등록까지 마쳤다. 해외 수출까지 내다본 그는 미국 디자인 특허 등록, 중국 실용신안을 등록했고, 유럽 쪽은 디자인 특허 출원 중에 있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K-뷰티툴…얇고, 균일한 화장의 ‘설렘’

율세븐의 롤러 퍼프는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약 15년 전에도 롤러형 퍼프는 있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는데, 이유는 쓰기 불편해서였다. 퍼프 교체가 불가했고, 얼굴의 굴곡진 부분까지 세밀하게 바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율세븐의 롤러 퍼프는 기존 롤러형 퍼프의 단점을 상쇄하는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고, 롤로형 퍼프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소비자들도 긍정적으로 돌아서는 효과를 가져왔다.

제품을 실물로 본 기자가 칫솔을 잡을 때의 그립감이 느껴진다고 말하자 조하린 대표는 “칫솔도 종류에 따라 그립감의 편차가 있는데, 우리 제품은 사람이 손으로 잡았을 때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칫솔의 그립감이라고 보면 된다. 칫솔 사이즈도 중요하듯이 퍼프 사이즈에도 신경썼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지 못하는 남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선크림을 롤러로 발랐을 때 선크림 기능이 그대로 살아 있는지 테스트 한 결과, 기능은 그대로 있으면서 선크림은 균일하게 발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소재 역시 신경썼다. 자전거 헬멧 만들 때 사용하는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로 만들어 내구성에 공을 들였는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퍼프는 PU 소재로, 피부에 무리 없는 논라텍스로 제작해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고품질을 위해 모두 국산 제품으로 국내 생산하고 있어 여러 번 세척해서 쓸 수 있다. 롤러 1개, 퍼프 2개, 휴대용 케이스 1개로 제품 구성이 돼 있어 보통 제품 한 개를 사면 6개월 이상은 쓸 수 있어 가성비도 높였다. 

2022년 5월에 첫 출시한 롤러 퍼프는 금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와디즈 펀딩에서 3일만에 2000만원 넘게 판매했는데, 2만원대 가격임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특히, 작년부터 SNS를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조하린 대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 짧은 영상을 올린 지 3주만에 300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를 기점으로 해외의 러브콜이 이어졌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인도네시아 바이어가 SNS를 보고 직접 연락을 해왔는데, 수출을 해본적도 없었고, 지식도 없는 상태여서 관세사와 수시로 상담하면서 혼자 진행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작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수출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9월에는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입점하면서 매출도 크게 오르고, 해외의 관심도도 더 높아졌다. 일본 큐텐재팬에서도 함께 해보자는 연락이 와서 12월 입점을 목표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는 아마존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실리콘 퍼프도 출시했다. 선세럼, 선젤, 수분 선크림 등 묽은 제형의 화장품을 마사지하듯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바를 수 있고 세척도 쉽게 하는 등 편의성에 더욱 신경 썼다고 한다. 중금속미검출 인증을 받은 국산 실리콘으로 제작해 안전성도 높였는데, 후기를 보면 연고 바를 때사용하는 소비자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기술탈취로 분쟁 겪어…“브랜드력이 제품을 지키는 생명” 

 

조하린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브랜드력이 제품을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기술분쟁 사건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율세븐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마주한 뒤, 상대 회사에 판매 중지를 진행한 것은 예사다. 조하린 대표에게 더 큰 상처를 줬던 것은 제조 공장과의 분쟁이었다. 믿고 제품 제작을 맡겼던 공장에서 유사 제품을 만들어 수출까지 진행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조하린 대표는 “우리가 보낸 도면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사 제품을 만들었다는 걸 알고 분쟁이 시작됐다. 그러는 사이 제품 제작과 납품은 중단됐고, 판매를 멈춰야만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형사고소를 하고, 특허심판 소송도 곧바로 시작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신속하지도 않았다. 

소송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4년 11월, 특허심판 1심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2심이 진행 중으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송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새로운 제조 공장을 찾기까지 몇 개월이 흘렀다”며, “중기부에서 진행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도 참가했는데, 여러 대표님 얘기를 들어보니 협업하던 곳에서 유사 제품이나 유사 서비스를 내는 일이 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사 제품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 브랜드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품질은 물론, 브랜드 팬층까지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하린 대표는 율세븐이 한국의 기술로, 한국에서 만드는 제품인 만큼 K-뷰티툴로 거듭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화장품도 같이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고 있는데, 우리는 그보다는 도구에 집중을 해서 롤러 하면 율세븐이 떠오를 수 있도록 입지를 다질 것”이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더 쉽고, 편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일상의 설렘을 선사하는 뷰티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