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가장 익숙하게 쓰이는 제품이면서도, 가장 무심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제품이 화장지더라고요. 그럼, 화장지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바꾼다면 힘들게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아도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노브레이너(NOBRAINER) 고지원 대표가 휴지를 메인 상품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힘줘 말했다. ‘가장 낮은 행동 변화로, 가장 큰 환경적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화장지’는 노브레이너의 출발점이자, 아이덴티티인 셈이다.
그는 “휴지는 사람의 가장 민감한 곳에 직접적으로 닿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과 위생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며, “넓게는 가족과 지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자, 개인적으로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마저도 즐거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알록달록 예쁜데, 써보면 더 ‘기분 좋은’ 대나무 100% 휴지
‘조금이라도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광고제작업에 수년간 몸담았던 고지원 대표는 이후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비록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적인 삶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뭔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일부러 습관을 바꿔야 한다면 오히려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거라 봤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1년에 회사를 설립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치며 시장을 살펴본 그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통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휴지에서 제일 공들인 부분은 ‘소재’였다. 품질과 사용성에서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친환경성을 강조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지원 대표가 선택한 소재는 ‘대나무’였다.
“휴지를 만들기 위해 벌목되는 나무만 하루에 2만7000그루다. 이는 위생제지 시장에서 10%밖에 안 되는 수치로, 지금도 수많은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트리-프리(tree-free)를 전제로 휴지를 만든다. 식물과에 속하는 대나무는 24시간 안에 최대 1미터까지 자라므로 3~5년이면 펄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숲을 망가뜨리지 않고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섬유구조 자체가 부드러워 과한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형광증백제, 염소계 표백제, 인공 향료, 영원한 화학 물질이라 불리는 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등을 첨가하지 않는다. 또한, 겹 사이를 붙이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특수 엠보싱으로 무늬를 찍으면서 압력으로 겹을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3겹이 안정적으로 붙어 있으면서 부드러운 감촉과 짜임새를 자랑하고, 먼지도 덜 날린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징은 화장실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롤 휴지를 애용하는 한국인의 위생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 줄 수 있다. 일부 롤 휴지 제품에는 ‘입을 닦지 마시오’ 등 경고문구가 붙어 있지만, 워낙 생활용품으로 익숙한 제품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고려해 ‘가족이 매일 써도 안심할 수 있는 휴지’를 위해 공정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포장지 역시 대나무 종이로 개별 포장하고 있고, 프린팅은 대두 잉크로 마무리했다. 이는 환경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화장실에 놔둔 휴지가 눅눅해짐을 예방하고, 습도 같은 이차적인 문제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도 비비드한 컬러감이 화장실을 환한 무드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자 한 배려가 돋보인다.
고지원 대표는 “수많은 브랜드가 내용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포장은 여전히 비닐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박스와 테이프까지 종이 기반으로 설계했다”며, “이는 위생뿐만 아니라, 새로운 휴지를 꺼낼 때마다 마치 선물을 여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해 준다. 이는 브랜드가 위생제지 전체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230만 육아·1인 가구 목표…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
노브레이너의 롤 휴지 제품은 고급 휴지로 손꼽히는 휴지 브랜드보다 한 롤당 400~500원 정도 비싸지만, 한 번 써본 소비자의 대다수가 정기배송 서비스로 돌아설 만큼 재구매율이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과 1인 가구의 주목도가 크고, 집들이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고 대표는 “기존의 나무 펄프 휴지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바꿨다고 보는 기준은 최소 6개월 이상 썼을 때다. 이는 아이가 있는 가정은 3회, 1인 가구는 2회 정도 구매를 한 수치”라며, “한국의 2300만 가구의 10%인 230만가구가 6개월 이상 우리 제품을 쓰도록 하는 게 우리의 1차 목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매년 약 5억롤 규모의 나무 펄프 휴지가 대나무 휴지로 전환되는 셈”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사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외에 무신사, 29cm, EQL, 굳닷컴 등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노브레이너는 기업체 임직원몰, 유원재 등 호텔, 카페 등 B2B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 등 B2G 시장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크게 화장실용 휴지와 키친타올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는 노브레이너는 비건 인증 단계를 마무리한 상태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백화점 식품관 납품을 비롯해 갑 티슈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나무를 벌목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 또 다른 친환경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제품 출시도 구상중이다.
고지원 대표는 ‘당연하지’라는 뜻을 품고 있는 회사명처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어려운 뭔가를 하는 게 아닌, 당연하게 쓰고 있는 제품부터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문화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휴지뿐만 아니라, 토일렛 프래그런스(Toilet Fragrance) 등 친환경적인 ‘화장실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로서 소비재 산업 안에서 지속가능한 소재로 교체해 나가는 활동을 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을 먼저 잡은 후, 싱가포르를 테스트베드로 삼고 아시아 시장부터 찬찬히 진출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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