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보면 취업규칙 등을 통해 단순히 업무 중 휴대전화의 사용을 제한하는 사업장도 있지만, 업무 중 휴대전화의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사업장은 드물다. 휴대전화는 단순히 통신기기를 넘어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도구다. 필요한 정보는 모바일을 통해 검색하고 공간을 넘어서 금융거래까지 이뤄진다. 그런데 업무 중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가 지난 2022년 8월9일 국내 유명 저축은행 그룹인 OK금융그룹이 특정 직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 중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행위에 대해 ‘합리적 사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22진정0429600).
이어 인권위는 2022년 9월15일 오케이저축은행 대표이사, 오케이캐피탈 대표이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대표이사, 오케이금융그룹 대표이사에게 사업장 내 휴대전화 사용에 있어서 직책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 것과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사건의 경위=피해자는 국내 유명 저축은행 금융그룹 콜센터에서 팀원으로 근무하는 노동자와 해당 노동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위원장이다. 피진정인은 OK금융그룹의 대표이사와 계열사 대표이사 등 4인이다.
피진정회사 내에는 여신업무를 수행하는 10개의 콜센터가 있고 각 센터에서 모두 580여명이 일한다. 각 센터를 총괄하는 센터장과 직원 5~10명 단위의 팀원 업무를 관리하는 팀장이 있고, 팀장에 속한 팀원들은 담당 업무수행을 위해 각자에게 배당된 고객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재직 중인 회사, 재산 보유현황, 신용등급 등을 열람할 수 있다. 팀장 역시 소관 팀원들에게 배당된 고객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으며, 권한 범위조정 시 다른 팀에 배당된 고객의 정보도 열람 가능하다.
피진정회사는 관리지침을 통해 영업장 입장 시 휴대기기를 별도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해 근무시간 중 영업장 내 휴대기기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 영업장내에서는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폰 이외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지침에 따라 콜센터 내에서 센터장·팀장은 근무시간 중 업무공간 내에서 휴대전화 소지가 가능했다. 반면, 팀원인 직원은 출근 시 휴대전화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영업장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는 피진정인들이 소속 임직원 중 콜센터 팀원들에게만 사업장 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시킨 행위가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회사의 주장=피진정회사는 2015년 계열사 콜센터에서 센터 직원이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보안규정 위반 의심사례가 발생해, 고객 개인정보와 회사 정보자산에 대한 불법적 사진 촬영 및 유출로부터 고객 등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중 개인 휴대전화 소지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는 목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한 피진정회사는 업무 중 개인 휴대전화 소지 제한 조치의 방법 역시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피진정인 회사는 모든 임직원에게 최초 입사 시는 물론 매년 1회 ‘회사 비밀유지 및 정보보안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출근시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해 강제 수거한 사실이 없으며, 화장실 이용이나 흡연 시 등 업무공간 외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기에 회사의 휴대기기 보관지침이 진정인들의 인권을 일률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의 판단 ①사기업의 직급에 따른 차별행위가 인권위의 조사대상에 해당하는가?=차별시정위원회는 판단에서 먼저 일반 사기업인 피진정회사의 휴대기기 보관지침이 인권위의 차별 시정권고의 대상인지 여부에 관해 먼저 살펴봤다. 인권위가 수행하는 업무에 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에서 그 업무와 권한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그리고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가 중요 업무에 해당한다.
인권침해 행위의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사건은 조사와 구제가 가능하나 사기업의 인권침해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다. 다만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사기업의 차별행위에 대해 인권위가 조사해 차별행위의 발생이 인정되면 차별행위의 중지와 원상회복 등 구제조치, 재발방지 조치마련 및 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 등을 권고 형식으로 해당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
차별시정위원회는 결정에서 이 사건에서처럼 직책을 사유로 하는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이를 차별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직급’을 사유로 고용상 불이익이 허용된다면 개인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차별 사유 중 ‘기타 사유’로 포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온 관행을 근거로 인권위의 조사대상으로 봤다.
②피진정회사의 직급에 따른 차별행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가?=차별시정위원회는 결정에서 피진정회사가 센터장·팀장과 달리 팀원인 직원들에게만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는 것은 직급 또는 직책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차별시정위원회는 현대사회에서 단지 통신기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생성·유지·발전시키는 도구이자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인 휴대전화의 특성을 근거로 특정 시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피진정인 회사의 조치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한 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휴대전화 소지 제한 조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 직책에 따라 업무공간 내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별시정위원회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센터장과 팀장은 팀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다루고 팀원들은 팀장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유출과 훼손 가능성은 센터장이나 팀장이 더 높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팀원들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훼손의 가능성이 센터장이나 팀장 보다 높다는 객관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팀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만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한 피진정인 회사가 이미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취하고 있는 내부적 보안조치와 동종업계의 관행을 근거로 피진정인의 팀원들에 한해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는 조치가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진정회사는 이미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직원들의 컴퓨터 USB 포트를 보안스티커로 밀봉하고,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 사용하고 있다. 또한 모든 고객 정보는 암호화되고, 이의 다운로드를 위해서는 팀장과 센터장의 승인이 필요하며, 컴퓨터 화면를 스크린샷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차별시정위원회는 과거 어느 저축은행에서 이 사건 진정과 유사한 휴대전화 사용 제한사례가 있었으나, 현재 관련 규정을 폐지해 현재 OK저축은행을 제외한 동종업계에서 휴대전화 보관함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케이금융그룹의 이후 조치와 인권위 결정의 의의=지난해 12월 오케이금융그룹은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고객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회사의 정보자산 보호를 위해 소속 직원들의 사업장 내 휴대전화 소지 제한이 불가피한 점을 들어, 휴대전화 소지 제한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직책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장의 모든 직원이 휴대기기 보관함을 이용하도록 하고,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여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였으며, ▲직원이 업무공간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더라도 정보보호가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회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2022년 12월22일, 오케이금융그룹이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오케이금융그룹이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2항, 제25조 제6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했다. 일부 언론은 OK금융그룹이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한 사실을 보도(휴대전화 차별 고치랬더니…OK금융 ‘몽니’에 직원들 ‘불복종’ 운동 SBS Biz 2023.1.5.)했다. OK금융그룹의 인권위 권고 불수용 조치에 대해 ‘몽니’라 표현하며 비판적 논조를 담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노동사건에 관해, 인권의 측면에서 차별 여부를 판단해 사업장에 개선권고를 내린 바 있다. 개선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회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해당 사업장의 노동인권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을 주목시키고 사회적 비판 여론을 형성해 관련 분쟁에서 사업주의 차별 행위를 스스로 개선 시키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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