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다양화 바람 부는 무인점포 매출도 ‘훨훨’

투자비용 대비 수익 창출…‘장수’할 수 있는 아이템과 입지 선정 중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덩달아 빠르게 성장한 분야가 무인점포 시장이다. 특히 비대면 서비스의 장점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지나고 있는 현시점에도 무인점포를 계속 찾는 추세다. 무인점포의 매력은 비단 고객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으로 인해 허덕이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도 선호도가 높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업비용에 무인점포 전문화 바람

최근 주요 소비 키워드로 ‘무인화·전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업종 역시 다양화되고 있어서 앞으로는 더욱 전문화된 무인점포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KB국민카드가 2019~2022년까지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 추이를 분석한 결과, 무인점포는 새롭게 부상하는 판매 채널로 약진 중이다.

눈에 띄는 점은 무인점포의 전문화 바람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매출액과 신규가맹점 비중이 높은 전문화 매장으로는 맥주 전문점이 꼽혔다. 맥주 전문점 매출은 2021년 대비 283% 증가했고, 신규가맹점 비중은 60% 늘었다. 이외에 초밥 전문점의 매출은 59% 올랐고, 신규가맹점 비중은 41%로 확대됐다. 반찬 전문점의 매출과 신규가맹점 비중은 각각 14%, 16%,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11%, 24% 증가했다.

이런 전문 무인화 바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수혜를 입은 아이템이 바로 무인점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무인점포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화, 인공지능화 등의 빠른 기술 발달을 도입하는 것이 소상공인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매장관리에 시간을 적게 할애할 수 있다는 점도 무인점포의 큰 장점이다. 일례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창업하려면 보통 3~4억원이 든다. 특히 카페처럼 경쟁이 심한 분야는 인테리어부터 직원들 교육 등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므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인카페의 경우 5000만~8000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고, 메인 상권이 아니더라도 동네에 10평 내외의 작은 규모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점주는 키오스크와 커피머신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의 효율도 높여준다는 점도 매력이다. 비단 카페가 아니더라도 이런 장점은 모든 무인점포에 통용된다. 특히 점주가 점포에 상주하지 않더라도 ▲고객관리 ▲매출 분석 ▲점포 현황 ▲키오스크 원격 관리 등을 할 수 있어 부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라면 전문점부터 편의점, 사진관 등 품목도 ‘다양화’

무인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가게 안에 머무르며 물건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무인 라면 전문점을 찾은 고등학생 A씨는 “평소 한강 라면의 쫄깃한 맛을 좋아하는데,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언제고 들러 한강 라면의 꼬들꼬들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특히 주인이 없어 눈치를 보지 않고 먹고 싶은 토핑을 마음껏 얹어 내 마음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매장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라면과 쌀국수, 미고랭 등 다양한 라면 종류가 자판기 안에 진열돼 있었다. 이외에 ▲롤피자 ▲포켓치킨 ▲핫바 ▲햄버거 등의 별미 메뉴와, ▲게맛살 ▲계란 ▲떡 ▲메추리알 ▲유부 ▲치즈 ▲팽이버섯 ▲햄 등 각양각색의 토핑도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무인 라면 전문점 월드면을 운영하는 ㈜오닉스의 김태영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학원과 대학교 상권 위주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보통 하루에 팔리는 라면의 수는 80개 정도인데, 대학교나 학원가에서는 100~150개 정도 팔리고, 최고 220개까지도 매출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예전에는 대학교 주변은 저렴한 가격이 메리트였지만, 요즘에는 점심 한 끼 해결하려면 적어도 7000~8000원이 기본”이라며, “월드면의 경우 3000원대 중후반대로 가격이 책정돼 있고, 도시락과 여러 밀키트 제품에 음료까지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오픈한 월드면은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현재 점포 수가 20호점으로 늘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본사를 둔 월드면은 경기도 김포, 수원, 안양, 이천, 하남시와 서울 장안동 등지에 있고, 대학가로는 서울 중앙대, 부산 경성대, 광주 호남대, 여수 전남대 인근에 있다. 보령시와 보은군 등 중소지방 도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곧 서울 송파구에도 오픈할 예정이다.

편의점도 무인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무인 편의점은 작년 기준 3000개를 넘어섰다. 2020년에 비해 약 6배 증가한 수치다. 그중 선두에 있는 곳은 이마트24다. 2019년 85개 점포에 불과했던 무인점포 수는 2022년 1600개점으로 늘어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 GS25는 2016년 16개점에서 2022년 790개점으로 늘었고, CU의 경우 2019년 90여개에서 2022년 400여개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520개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은 완전 무인형 점포보다는 낮에는 유인으로,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의 비율이 높다. 이유는 인력과 관련이 있다. 심야 시간대는 가장 인건비가 비싼 시간대인데, 무인으로 돌리면 인건비를 아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장이나 리조트 등 특수 입지의 편의점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이럴 때 무인 편의점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점포 출점이 어려운 곳까지 출점할 수 있어 입지 확대 효과에도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의류의 고급화·다양화로 인해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세탁 분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세탁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조원대로 커졌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28년에는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시장을 이끌어가는 중심은 셀프 빨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셀프 빨래방 브랜드인 워시엔조이는 2012년 11월 1호점을 오픈한 뒤 10년만에 900여개로 늘어났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태국, 중국 등에 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카페와 빨래방을 결합한 점포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 용인시 기흥구에 100평 규모의 멀티플렉스형 빨래방 카페인 ‘어반런드렛’에는 지금까지 약 10만명의 고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MZ세대의 놀이터로 통하는 무인 사진관도 인기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포토그래퍼 없이 자유롭게 콘셉트와 포즈를 취하며 각자의 개성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 신용·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인 사진관에서 사용한 금액은 전년 대비 271% 급증했다.

인기에 힘입어 무인 사진관 점포 수도 늘었는데, 전국 매장 수는 650여개, 브랜드만 20여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로 개시한 가맹점 비중은 54% 증가했다. MZ세대가 자주 찾는 코인노래방 역시 지속해서 매출이 증가했다. 2021년 대비 매출이 115% 올랐고, 신규 가맹점 비중은 28% 늘었다.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오픈 시 투자 대비 고수익을 보장받겠다는 개념보다는 꾸준한 수익을 올리면서 점주가 유인매장에 비해 시간 투자를 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인 빨래방은 1인 가구 활성화 지역에, 무인 식당은 대학가나 학원가 주변으로 선택하는 등 무인점포의 성격에 따라 입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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