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연장근로 되는데 신규채용을 할까

고용위기도 외면한 근로시간 개편안 중단하고, 일자리 창출 나서라 

 

고용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방향으로 주 52시간제를 완화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힘겹게 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인생이 걸린 문제다. 즉각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철회하고,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계획을 강화해서 내놓아야 할 때다. 

일자리 위기에 대해서는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취업자 증가폭의 축소와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체감되는 고용둔화는 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취업자 증가는 지난해에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큰 폭으로 확대된 82만명에서 올해 10만명 내외로 상당폭 둔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은행(9만명)이나 KDI(8.4만명)의 전망치는 정부보다 더 비관적이다. 한 해 만에 일자리 증가폭이 90%나 급감할 경우, 취업준비생들이 피부로 느낄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신규채용 여력이 큰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전망 역시 어둡다. 최근 전경련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신규채용이 없는 기업이 15.1%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9%)보다 1.9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또,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45.2%) 중에서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24.6%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4.3%)에 비해 20.3%p나 늘었다. 반대로,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24.6%)은 지난해(41.4%)보다 16.8%p 줄었다.

공공부문의 경우도 올해 신규 채용인원이 2.2만명으로 지난 2017년 이래 가장 낮을 전망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원을 감축하기로 한 결과다. 

이처럼 일자리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을 들고 나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근로시간이 개편되면 한주 동안 일하는 시간의 상한선은 주 69시간, 4주 평균 상한선은 64시간으로 완화된다. 연장근로를 1주 이외에 월간·분기·반기·연 단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연장근로를 반기나 연간으로 정산할 경우 주 64시간씩 최대 20주 연속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규채용을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기존 직원들에게 연장근로를 시켜서 일감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데, 굳이 신규채용에 나설 유인동기가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시장논리에 따라 신규채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의 기존 일자리 정책과도 배치된다.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예로 들면, 한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초과 노동시간을 일정량 이상 감축하면서 실업자를 신규채용할 경우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근로시간이 개편돼 주 69시간으로 상한이 확대되는데, 굳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신규채용에 나설 이유가 없으니 기존 일자리 창출 대책이 무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 일자리 정책의 지원을 받아온 기업들에게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늘려온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꺾인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주 69시간이 가능해지는 장시간 노동 확대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일자리 창출 대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다른 때도 아니고 고용위기 발생이 코앞인 지금 장시간 노동 확대를 논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없다. 대신에 일자리를 늘리는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고통 받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외면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어둡게 될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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