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현재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이자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약 20년 뒤에는 생산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6·25 전쟁 직후인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노인인구에 편입되며 우리나라 고령화 시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각종 통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40년이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불거지는 가장 큰 문제는 노인인구의 경제적 자립도를 사회가 얼마나 받쳐줄 수 있느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37.6%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빈곤 전망 모형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2085년 노인빈곤율은 29.8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악의 수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 정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정책 개선을 힘줘 말했지만, 변화하는 노인의 욕구를 들여다보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면 현실에 맞지 않거나 여러 의견을 충족하지 못하는 다양성 부족이라는 실수를 낳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유형은 크게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나뉘어 있다. 공공형은 환경정화 활동, 교통안전 도우미, 실버케어 등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활동이 대부분으로 취약계층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사회서비스형은 노인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이나 공공행정 업무지원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다. 민간형은 노인에게 일정 교육을 제공하거나 업무능력이 있는 노인의 고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공공형 일자리 비중은 74.8%, 사회서비스형은 7.6%, 민간형은 17.6%를 차지한다. 이들의 보수는 대부분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대다수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는 공공형 일자리는 보통 3시간씩 월 10회 근무해 27만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사회서비스형은 공익활동보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3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며 70~1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며,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리가 한정돼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즉,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이 점에 주목했다. 민간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민간형 등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간형 일자리는 180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제조업, 서비스업, 교사 보조, 금융업무 지원 등 퇴직 전 자신의 역량과 경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민간형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민간형 일자리는 인건비를 일부 혹은 전부를 지원받아 민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인력채용 권한이 전적으로 기업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이 민간형 일자리를 얻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기업은 젊은 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노인 중에서도 65세 이상보다는 60대 초반의 경력자를 더 선호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한 일자리에 노인부터 중장년까지 몰리기 때문에 기업의 선택은 시니어보다는 젊은 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예전에는 노년층에 집중됐던 아파트 경비원에 40~50대 지원율이 높아졌는데, 자연히 기업의 선택은 중장년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인이 사회서비스형이나 민간형 일자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70~80대의 고령층은 사회적 관계 증진과 건강 목적으로 수입은 적더라도 공익활동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즉, 같은 노인그룹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직면한 상황과 생각은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른 일자리에 대한 가치관도 다를 수밖에 없기에,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초고속 성장시기를 주도했던 60세 전후의 베이비부머는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르게 고학력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 이들이 퇴직 이후에 원하는 일자리는 자기 경력을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최근에는 어르신 바리스타, 카페 사업처럼 일정 교육을 수료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원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반면,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나이가 많은 노인그룹은 사회활동의 일환으로서 소소한 일거리를 추구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당장 빈곤에 빠진 노인을 위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전해주는 일자리도 함께여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는 젊은 세대보다 노인 세대가 더 많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노인에게 더 나은 기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책임져야 할 세대가 아닌, 서로 상생과 협업할 수 있는 윈-윈(win-win)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대여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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