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들썩…체감물가 높아 소비위축 우려

한국은행 “저소득층 가계부담 증대, 구매력 축소될 수 있어” 

 

밥상물가가 또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8월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뛰어오를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늘어나고 구매력이 축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7월까지의 물가 안정세는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한데서 원인을 찾았다. 하지만 8월부터 다시 반등해,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을 내다봤다. 

아울러,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올해중 연간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 3.3%를 소폭 상회하는 3.4%로 전망된다”면서,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 원자재가격 변화,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가경로에 영향을 미칠 대외변수 중에서도 식료품물가를 둘러싼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외 식료품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기상이변,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물가상승보다 높은 식료품물가 상승세=보고서는 “국내 식료품물가 추이를 보면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가격상승도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가격의 경우 팬데믹 초기 식료품지출 증가, 국내 기상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가공식품가격은 2022년 이후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물가 불안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지난해 이후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식료품발 물가 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유로지역의 경우 러·우 전쟁에 따른 공급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인건비 등 투입비용 상승이 더해지면서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유로지역의 인플레이션 중 약 35~40%가 식료품물가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영국에서도 식료품물가가 지난 3월 19.2% 상승해 4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물가는 최근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으나, 지난해 10% 이상 급등하면서 누적된 가격상승의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식료품물가 상승요인 분석을 위해 50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기업의 가격전가나 기상악화 같은 국내적 요인과, 러우 전쟁 이후 곡물·비료 공급 차질과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 등 글로벌 요인을 분해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여타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수출제한까지 겹쳐…식료품물가 우려=보고서는 “향후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오름세 둔화 속도는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치솟은 식료품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의미다. 

원인으로는 “각국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용측면의 압력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 인도 쌀 수출중단 등에 따른 식량안보 우려 등이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식량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며,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물가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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