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기 이후 최고 연체율…자영업 위기다

금융기관은 괜찮다지만…가계·자영업 위기신호 대응 시급 

 

은행 대출의 연체율이 코로나 유행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의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지만, 연체율 상승을 금융기관의 부실 확대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경기침체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에서 발생한 위기신호인지 여부를 시급히 살피고, 자영업자를 살릴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원화대출 비율은 0.43%로 7월말(0.39%)보다 0.04%p 상승했다. 지난해 8월(0.24%)보다는 0.19%p나 늘었다. 연체율은 2020년 2월(0.43%) 이후 점차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8월중 새롭게 발생한 연체액은 2.2조원에 달했다. 1년 전인 2022년 8월(1.1조원)의 2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신규 연체규모는 5월 2.1조원을 기록한 뒤 6~7월 두달 연속으로 2조원 규모로 횡보했으나, 8월 들어 다시 상승했다. 

연체율의 추이를 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0.13%)의 경우, 7월말(0.12%)보다 0.01%p 상승했고 지난해 8월말(0.13%)과는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0.55%)은 한달만에 0.06%p 늘어났고, 1년 전(0.30%)보다는 0.25%p나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0.50%)은 7월말(0.45%)에 비해 0.05%p, 지난해 8월말(0.20%)보다는 0.3%p 상승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과거 장기평균 등 대비 낮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 상황 지속 및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향후 추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연체·부실채권 정리 등을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는 판단을 읽을 수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의 상태에 초점을 둔 판단으로 보인다. 

금감원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9월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연체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하더라도 상승폭이 둔화되고 금융기관의 연체채권 정리규모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 장기평균 수준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취약부문의 부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복원력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돼 금융시스템 차원의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연체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부실이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문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가계와 자영업자, 취약계층의 상황을 손 놓고 방관할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한은 역시 “가계(자영업자) 및 기업 대출에서 취약부문의 비중은 제한적이나 이들의 부실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고령층의 경우 비주택담보나 건설업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경기회복 지연 및 부동산시장 부진 발생 시 이들 부문에서 발생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가계대출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국면이 아니니 자영업자의 위기가 가계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기 전에 위기신호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융 측면에서는 자영업자와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이 필요하고, 경제 전반에서 보면 소비위축과 경기침체의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자영업과 가계, 취약계층 전반을 아우르는 선제적 조치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올해 연말의 찬바람이 자칫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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