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가 10월 본격 시행되면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은 계약서에 연동제를 반영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벌점과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장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상생협력법이 정한 위수탁거래와 하도급법 상의 하도급거래에 적용되는데, 연동제의 내용 역시 대부분 두 법에 동일하게 반영됐다. 상생협력법 소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하도급법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두 올해 12월31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동안 연동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고 연동사항을 명시한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공정위는 연동제 시행을 앞둔 지난 10월3일 하도급대금 연동제 FAQ를 배포했는데, 이를 통해 하도급거래에 적용되는 연동제의 핵심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내릴 때도 연동이 가능=공정위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주요 원재료가 있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은 소액거래 또는 단기거래 등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연동에 관한 사항을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고, 협의를 거쳐 결정된 연동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품대금 연동에 대해 서면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는 사항은 물품 등의 명칭, 주요 원재료, 조정요건, 기준지표, 연동 산식, 기준시점 및 비교시점, 조정일, 조정주기, 조정대금 반영일 등이다.
“주요 원재료”는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로 하도급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원재료는 원칙적으로 모두 연동제의 적용대상이다. 이같은 원재료의 가격이 10%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으로 변동할 때, 변동분을 반영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당사자간 합의로 연동대상 원재료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가격 상승”이 아니라 “변동”이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경우뿐만 아니라 하락한 경우에 대해서도 하도급대금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원재료 가격 상승 시에만 하도급대금을 연동하도록 정하는 것은 허용되나, 하락 시에만 연동하도록 정하는 것은 연동제의 취지에 반하므로 하도급대금 연동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원사업자가 소기업, 1억원 이하의 소액계약, 90일 이내의 단기계약, 미연동 합의의 경우 연동 약정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 단, 그 취지와 사유를 약정서에 분명하게 기재해야 한다.
◇중견기업, 대기업 상대할 때 적용=하도급법 상 납품대금 연동제가 적용되려면, 사업을 맡는 수급사업자가 중소기업이어야 한다. 단, 중견기업의 경우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대기업은 납품대금 연동제의 적용을 받는 수급사업자가 아니다. 연동제는 하도급법 대상에 적용되는데,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를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견기업 역시 원칙적으로는 하도급법상 연동제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 평균매출액 또는 연간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부터 위탁을 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생협력법상 수탁기업로서 상생협력법상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이 가능하다.
적용대상인 기업뿐만 아니라 적용대상인 계약관계 역시 중요하다. 하도급법 상의 계약관계에 연동제가 적용되니, 무엇이 하도급거래인지를 정한 다양한 법원 판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MRO 업체로부터 소모성 자재를 조달해 납품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단순 구매행위에 해당하므로 하도급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이나 ODM(제조사 개발 생산) 방식의 거래는 하도급거래에 해당한다. 또, 국내 리셀러 업체에게 해외에서 제작된 물품을 구매한 후 자사 CI를 부착해 납품하도록 위탁하는 계약, 국내업체를 통해 해외에서 제작된 물품에 자사 자체 프로그램을 탑재해 납품하도록 위탁하는 계약은 모두 하도급거래에 해당한다.
대형마트 등 유통사가 자사의 상표를 부착한 제품의 제조를 위탁하는 PB 거래 역시 하도급거래이므로 연동제 적용대상이다.
원사업자의 업종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건설업을 함께 하는 엔진제조회사가 건설공사를 중소기업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건설위탁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연동제 적용대상이다. 하지만 엔진제조만을 하는 회사가 자체 사용을 위한 공장 등의 공사를 위탁한 경우에는 하도급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위는 이같은 거래가 상생협력법 상 수탁·위탁거래에 해당되고 주요 원재료가 있는 경우에는 상생협력법상 연동제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건비·유류비는 적용대상 아니다=공정위는 인건비의 경우 하도급대금 연동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도급대금의 공급원가는 재료비·노무비·경비 등으로 나뉘는데, 원재료는 재료비에 해당하고 인건비는 노무비로 분류되는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운반비 역시 경비의 성격으로 원재료의 비용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연동제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운송업체의 유류비 역시 일반적으로 경비에 해당하므로 원재료의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전력비와 가스비 역시 마찬가지다.
환율 역시 원재료의 가격이 아니므로 연동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환율이 원재료 구매 대금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가격 지표 등을 설정할 때 환율을 반영하는 구조로 설계해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요 원재료가 철강이라면 국내 철강회사에서 고시하는 원화 기준 판매가격을 기준지표로 설정하거나, LME 지수 등 달러 기준의 가격 지표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달러 기준가격을 가격 고시 시점의 원화로 환산해 기준지표로 설정하면 환율 변동을 원재료 가격변동에 반영할 수 있다.
◇조정된 대금 지급할 의무가 있다=공정위와 중기부는 공동으로 표준 연동계약서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원·수급사업자 간 연동 특별 약정의 예시로서 사용을 권장하는 계약서의 형식일 뿐이며, 약정서의 형식이 반드시 표준 연동계약서일 필요는 없다.
또, 원사업자는 약정의 내용에 따라 원재료 가격변동 시 하도급대금을 조정하고 조정된 대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동계약의 체결 및 계약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원가 정보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하도급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연동약정과 무관한 영업비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필요한 한도를 넘어 경영상의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음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은 원·수급사업자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상승 시와 하락 시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단, “상승과 하락의 요건이 수급사업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객관적이고 합리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부당 감액에 해당하는 등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정위를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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