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린 가계…적자가구 늘고, 흑자비율 줄었다

물가 고려한 실질소득 제자리걸음

 

올해 3분기 들어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보이는 등 가계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큰 적자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 중 24.6%에 달했다. 

적자가구 비중은 올해 1분기 들어 26.7%까지 늘었다가 2분기(23.0%) 한차례 줄어들었으나, 3분기 들어 다시 비중이 확대됐다.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할 경우,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부터 상위 20%인 5분위까지 대부분의 구간에서 적자가구 비율이 늘었다. 

소득이 낮은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6.0%로 2분기(52.7%)보다 3.3%p 증가했다. 이 밖에 2분위(22.3%→23.6%), 3분위(18.1%→20.3%), 5분위(8.0%→9.8%) 등에서 적자가구의 비율이 늘었다. 오직 4분위만이 13.9%에서 13.2%로 소폭 줄어들었다. 

가구당 흑자액과 흑자비율을 보면, 물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볼 때, 3분기 들어 가구당 흑자액은 116만2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2% 증가했다. 또,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흑자율은 29.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p 줄어들었다. 

하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가계수지를 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실질 가계수지 상 가구당 흑자액은 1.8%가 줄어들었다. 실질 가계 흑자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물가 상승이 가계 살림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흑자율은 물가를 고려할 경우에도 0.5%p 감소로 동일했다. 

소득은 제자리 걸음, 소비를 아껴도 돈이 더 나가

가파른 물가상승의 영향은 소득과 소비 두 측면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이었고, 소비는 아껴써도 돈이 더 많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3만3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이 늘었지만 물가가 더 크게 늘어 실질소득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최근들어 감소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분기(2.8% 감소)와 4분기(1.1% 감소) 연속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 0%로 제자리걸음을 한 뒤 2분기 3.9% 감소한 바 있다. 3분기에는 지난해 3분기 실질소득 감소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그쳤다. 

소비지출 역시 마찬가지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3.9%가 증가했다. 그런데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8% 증가했을 뿐이다. 실제로 소비한 양은 0.8%가 늘었지만, 나가는 돈은 3.9%나 늘어났으니 아껴쓰고 지출을 줄여도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음식·숙박의 경우 지출이 2.1% 늘었으나 실질 지출은 3.1% 줄어들었다. 소비한 양을 더 줄었음에도 지출금액이 늘어난 경우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경우는 지출이 6.0% 늘었는데, 실질 지출 증가폭은 1.5%에 그쳤다. 소비가 늘긴 했지만, 물가상승에 따라 지출금액은 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의류‧신발은 지출이 4.7% 감소했는데, 실질지출은 11.6%도 감소폭이 훨씬 컸다. 소비를 크게 줄여도 지출금액이 줄어든 폭은 더 적은 모습이다. 

이처럼 물가상승이 소비지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생활필수품의 지출이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한층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23.0%), 주거·수도·광열(17.5%), 음식·숙박(12.8%)의 비중이 컸다. 소비를 줄이고 아껴 써도 나가는 금액은 큰 항목들이다. 물가상승의 타격으로 인한 가계 소비 위축에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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