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책금리 동결에도 한국은행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지시간으로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다시 한 번 동결하기로 했다. 상단기준으로 5.5%를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3.5%)와의 격차도 상단 기준 2.0%p로 유지됐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한미 금리역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정부 관계기관 합동으로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미국의 금리동결 결정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이 논의됐다.
기재부는 “(연준이)성명서를 통해 그간 인플레가 완화세를 보여왔다고 평가하는 한편, 연준 위원들은 내년도 금리 인하폭을 3차례(75bp)로 전망하며 지난 9월 대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그간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리 정점에 거의 도달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국제(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주가는 상승하고, 금리와 달러 가치는 큰 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주가와 환율은 주요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자금시장에서도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금리가 안정되는 등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리 조기인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과 EU 중 중요국 통화당국이 보다 긴 시간동안 긴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시장의 기대와 중앙은행 전망 사이 온도차 여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대체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이나, 높은 수준의 금리가 시장기대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4일 한국은행이 펴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12월)는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시장의 기대와 중앙은행들의 전망 사이에 온도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연준, 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하고 있는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최근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앞당기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또 “이처럼 향후 통화정책기조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 간의 이견은 이번 고인플레이션기에 반복되고 있는데, 최근 다시금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 연준은 9월과 11월 FOMC 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내년 이후 정책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긴축기조 장기화를 표명한 바 있다.
반대로 시장참가자들은 최근 물가지표 등이 둔화하고,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여건이 긴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금리인상은 마무리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리인하 시작 시점도 내년 2분기 중이란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미 금융시장 상황이 11월 들어 재차 완화적으로 변한 점, 미 연준이 데이터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밝힌 점 등을 감안해 “인플레이션의 목표수준 수렴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기간 긴축기조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들은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기조 장기화와 기대 변화에 영향받아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취약부문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성장, 물가지표의 움직임과 시장의 기대 변화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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