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와 관련해,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상속세 절세가 논의의 중심이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일본과 같이 중소·중견기업의 후계자 부재가 경영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즉 가업승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양한 기업금융 비즈니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일본 가업승계 금융비즈니스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일본에서 가업승계는 기업의 경영상태가 지속되도록 소유권 및 경영권을 차세대 경영자에게 이전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의미한다. 후계자의 속성에 따라 협의로는 자녀·친인척 등 친족에게 승계하는 형태를 지칭하지만, 광의로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임직원에 승계하는 친족외 승계, 제3자에게 매각하는 M&A 등을 포괄한다.
일본 중소기업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은퇴시기가 도래한 70세 이상 경영자의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64%인 254만개사다. 이 가운데 후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 127만개사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흑자기업임에도 후계자 공백으로 인해 휴·폐업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휴·폐업한 중소기업의 약 55%가 흑자였으며, 이들의 주 폐업사유는 후계자 부재로 지목됐다. 저출산으로 인해 가업을 승계하려는 자녀가 줄고, 자녀가 있다 하더라도 가업승계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적합한 후계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자녀 승계 형태가 주류이지만,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 친족 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M&A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M&A 매각사유 1위는 가업승계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가업승계 수요와 정부의 지원정책을 기반으로 M&A 등 기업금융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서치펀드(Search Fund)도입 ▲특화 신탁상품 공급 ▲ESG 대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치펀드 도입=서치펀드는 외부의 잠재적인 경영자·후계자와 필요한 회사를 연결하는 구조다. 미국에서 1984년부터 시작돼 유럽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며, 젊은 CEO로의 교체에 기여한 투자수단이다. 야마구치 지방은행은 2019년 일본 최초로 ‘야마구치 서치펀드’를 조성해, 젊은 사업가가 64년 업력의 토목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지원했다. 또한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등은 2021년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870만 달러의 ‘Search Fund Japan’을 공동으로 조성해 가업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특화 신탁상품 공급=신탁은행들은 기업승계(자사주) 신탁상품을 설계해 공급하고 있다. 기업승계신탁은 CEO(위탁자)가 보유한 자사주를 신탁회사(수탁자)에게 맡기고, 사후에 미리 지정한 후계자에게 교부하는 계약을 의미하며, 의결권은 위탁자 지시에 따라 신탁회사가 행사하는 구조다. ‘Mizuho 신탁은행’과 ‘Resona 은행’ 등은 자사주 승계신탁을 ‘유언대용형’과 ‘의결권유보(생전증여)형’ 등 두 가지 종류로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유언대용형은 오너 사망 시 후계자에게 자사주의 재산권·의결권이 모두 이전되는 형태다. 의결권유보형은 기업오너(위탁자)가 자사주의 재산권(배당권 포함)은 후계자에게 생전에 증여하나, 의결권은 본인에게 유보하고 사후에 교부하는 방식으로, 경영의사결정에 지속 참여하고 싶은 오너의 니즈를 공략한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가업승계 파이낸싱에 사회 과제를 해결하려는 대출을 적용하기도 한다. 원활한 승계와 자사·협력사의 고용유지·창출에 기여하며 ESG 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ESG 대출’ 실행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가업승계형 M&A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M&A 펀드 조성, 중개역량 확충, 특화상품 개발, ESG 활용도 제고 등 가업승계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가업승계 비즈니스가 ESG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회사가 거래대상 중소·중견기업의 후계자 알선·매칭 등을 지원함으로써 휴·폐업을 줄이고 일자리 감소·원천기술 소멸을 방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지속·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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