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때,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근로자가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며 사용자의 부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해고무효 소송과 달리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는 사용자가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근로자에게 유리하며 시간과 비용면에서 절차가 훨씬 간소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행한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하면, 복직과 함께 해고당한 날로부터 복직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을 사용자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한다. 따라서 사용자 측에서는 절차나 내용 면에서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우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근로자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 이전에 복직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복직 명령으로 구제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계속해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사용자는 진실로 자신의 해고 행위에 대해 반성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기보다는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근로자를 원직 복직시키는 사례가 있다. 이후 지속적인 퇴사 압박을 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로자에게 자발적 이직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꼭 복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해고가 부당하다 인정될 경우,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근로를 제공했더라면 받을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복직 명령을 내리자, 근로자가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사용자의 복직 명령이 있더라도 부당해고에 대한 임금 상당액 이상의 정당한 금전보상을 하지 아니한 경우 금전보상 명령신청의 구제 이익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 2024두54683, 선고일자 2025.3.13.).
◇사건의 경위=원고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의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2021년 6월29일 원고는 사용자로부터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원고는 사용자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21년 9월10일 충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사용자는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한 것이 절차 위반이라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원고를 다시 해고할 목적으로 2021년 9월30일에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복직 및 출근 명령을 보냈다. 이에 원고는 충남 지노위에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른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했다. 충남 지노위는 2021년 11월18일 원고가 신청한 금전보상액 중 일부를 받아들여 사용자에게 금전보상 명령을 했다.
이에 사용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사용자가 금전보상 명령신청서를 송달받기 전에 근로자에 대해 복직 명령을 해 해고를 취소했고, 복직 명령에 진정성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구제신청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원고는 이에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원심판결(서울고법 2023누60218)은 “금전보상 명령신청 전에 복직 명령이 있었더라도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이익이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사건의 쟁점=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사용자가 복직 명령을 했을 경우 금전보상 명령이 가능한지 여부다. 구제명령제도의 기본 취지는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이 원칙이다. 원상회복이란 원직복직과 함께 사용자의 부당해고로 인해 해고기간 미지급된 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원심판결은 “사용자가 원직복직명령을 하면서도 해고기간의 임금을 여전히 지급하지 않고 있거나 그 액수를 다투고 있다면 근로자로서는 신속하고 간이한 구제절차 및 이에 따른 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받고 그에 따른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원심판결은 근로자가 초심(지노위)에서 금전보상 명령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신청한 재심(중노위)에 이르러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위원회 규칙 제64조 제2항을 근거로 “지방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명령이 있고 난 뒤 근로자의 금전보상 명령신청이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이 있은 후에는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할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다”라며, 원고의 구제이익을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재판부 역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재판부가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법리는 두가지다. 하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면 노동위원회가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근로를 제공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이다.
그리고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받을 구제이익은 구제명령을 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 판정 당시를 기준으로 구제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판례도 법리로 제시했다(대법원 2004.1.15. 선고 2003두11247 판결,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8두22136 판결 등).
이에 따르면, 해고 근로자인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면서 원직복직 의사의 유무에 따라 원직복직 명령 및 임금지급 명령을 신청하거나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판정 당시를 기준으로 “금전보상 명령 신청의 형식 또는 기한에 구속되지 않고 신청의 전체 취지를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그 재량에 따라 근로자의 의사에 대응하는 금전 보상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설득력을 얻는다.
원고의 대리인은 이 사건 재심판정일 이전에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했고, 사용자가 임금 상당액 이상의 정당한 금전보상을 하지 않은 이상 금전보상 명령의 구제이익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복직 명령과 원고의 금전보상 명령신청의 선후 관계, 이 사건 복직 명령에 진정성이 있는지 등은 그 구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의=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처럼 근로자가 금전보상 명령신청을 하기 전에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구제이익이 소멸한다고 보게 되면, 근로자가 애초부터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함에도 사용자가 부당해고 판정을 회피하기 위해 원직복직 명령을 먼저 접수했다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근로자는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 절차에서 해고의 부당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이 지적한 것처럼 “(해고 근로자)는 임금 상당액의 지급에 관한 판단 없이 임금 청구소송 등 민사 소송절차를 통해서만 해결하여야 하고 해고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과 관련하여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번 판결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우려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판정 이전에 원직복직을 명령, 부당해고 판정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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