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분쟁, 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5년 상반기 글로벌 M&A 시장은 거래금액이 증가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하반기에도 거시환경은 여전히 비우호적이지만, 인공지능(AI)과 핵심자원·에너지 확보, 공급망 재편이 M&A 거래를 이끌 전망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M&A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M&A 거래건수는 2만334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6% 줄었으나, 거래금액은 1조5030억 달러(약 2141조원)로 16% 늘었다. 거래규모 확대 배경에는 5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이 5건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AI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부문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위한 통신·금융·에너지 부문 대형거래가 시장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글로벌 거래금액의 58%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거래건수는 11% 감소했지만, 대형거래 증가로 금액이 20% 늘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거래금액이 27%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으며,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메가딜이 활발했다.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는 거래금액이 3%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글로벌 평균과 비교해 국내 M&A 시장은 침체가 깊었다. 거래건수는 737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5% 줄었고, 거래금액도 30조원으로 10% 감소했다. 대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과 고환율, 무역분쟁 영향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일PwC는 하반기에도 비우호적인 M&A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정책, 지정학적 갈등 심화, 장기금리 상승, 정부 부채 확대 등이 여전히 부담 요인이라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경기둔화 우려로 시장 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PE) 업계는 IPO 시장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여건으로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컨티뉴에이션 펀드나 세컨더리 딜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한·미 무역합의 등 관세협상 마무리로 일부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글로벌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AI·반도체·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 재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AI 확산에 따른 기술 경쟁, 핵심 광물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략적 M&A도 하반기 시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M&A 시장을 둘러싼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는 지금 소비재, 에너지·유틸리티·소재(EUR), 금융, 헬스케어, 산업재·자동차, IT·통신·미디어 등 산업별 트렌드를 분석해 투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트렌드와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소비재=건강·개인화·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투자 방향을 이끈다. 음식료와 뷰티 브랜드 인수, ESG 가치 반영, 관세 대응을 위한 생산 거점 다변화가 핵심전략이다. 글로벌 리테일 업체들은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해외 진출과 점포 포트폴리오 조정을 병행하며, 호텔·레저 산업에서는 재무 유연성 확보를 위한 비핵심 사업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유틸리티·소재(EUR)=에너지 안보와 전력 인프라 확보가 M&A의 주된 목적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기차 전동화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유틸리티 분야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핵심 광물 매장지 인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학 분야에서는 특수화학·배터리 소재 분야의 수직계열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거래가 활발하다.
▲금융=보험·은행 중심의 대형 합병이 이어지고 있으며, 결제 서비스·데이터 분석 등 연관 산업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두드러진다.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M&A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약가 정책과 무역 규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원격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기반의 맞춤형 헬스케어 분야가 M&A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재·자동차=관세 영향으로 거래 환경은 불리하지만, 국방·방산과 공급망 재편 수요가 거래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방위시스템, 드론, 자동화·로봇 기술 등 제조 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IT·통신·미디어=자율형 AI 에이전트 경쟁이 심화되고 반도체·클라우드·AI 인프라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한 운영효율화와 경쟁사 인수를 통한 규모확장 전략이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PwC는 “2025년 하반기 M&A 시장은 중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도전 요인 속에서도 기술혁신과 자원확보 경쟁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매각과 신성장 분야 투자, 글로벌 밸류체인 재정비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래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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