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은 케이블을 꼽고, 볼트를 조이고, 나사를 박는 등 사람의 섬세한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로봇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작업하고자 하는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데이터를 모아서 학습시킨 후, 로봇이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5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 참가한 카본식스(CarbonSix)의 김태훈 영업본부장이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종 퍼포먼스보다 더 절실한 로봇의 기능은 ‘실효성’, ‘현장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이 있을 때마다 로봇에게 티칭해 일을 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025 로보월드에는 현장에 즉각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들이 대거 선보였다. 첨단 기술의 나열이 아닌, 지금까지 나온 기술에 ‘실용성’을 더해 산업적인 가치를 높였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K-로봇의 미래를 견인하는 기업을 만나봤다.
사람처럼 마늘 까고, 도장 작업…휴머노이드 본격화
검은 블록을 휘감고 있는 물에 흠뻑 젖은 휴지 한 장. 사람도 한번에 떼기 힘든 것을 로봇 그리퍼가 찢어지지 않도록 힘을 조절해 가며 휴지를 집어내고 있다.

피지컬 AI 개발사 카본식스는 사람도 어려워하는 제조 현장의 여러 과제를 어디까지 로봇이 수행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조 현장. 특히, 공정 변수가 잦은 중소 제조업체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카본식스는 이런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김태훈 영업본부장은 “섬세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교한 데이터가 모아져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플랫폼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현장에서 로봇에 시키고 싶은 과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한다”고 뿌듯해했다.
원하는 스킬을 현장에서 직접 교육할 수 있고, 그 스킬을 로봇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능을 만들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이는 기존에 자동화할 수 없었던 제조 영역에서도 ROI(투자 수익률)를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올해 9월에 출시한 이 로봇은 현재 국내의 한 대기업과 PoC(기술 검증) 진행 중으로, 내후년 양산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훈 영업본부장에 따르면, 고리를 걸거나 도장 작업을 하고, 터진 만두를 담는 등 섬세한 작업에 최적화돼 있고, 향후에는 케이블 작업 현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170cm 키의 사람과 비슷한 몸집을 한 로봇을 대거 들고나왔다. 사실 국내의 휴머노이드 기술력은 중국, 미국보다 한참 뒤처진 편이다. 이에 KIMM의 목표는 내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진입해 인간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를 완성하는 것이다. 여러 업그레이드 단계를 거쳐 올해 초, 1차 버전에 이어 약 두 달 전에 2차 버전까지 성공했다.
KIMM AI로봇연구소·첨단로봇연구센터 김문유 선임연구원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액추에이터(actuator)다. 1차에 비해 2차의 모터 용량은 약 2배 차이가 난다”며, “가장 어려운 작업이 더 작게 만들면서도 가볍고, 성능은 더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2차 버전의 모터 무게가 1차보다 30% 정도 무겁지만, 이 정도로 힘을 내는 모터 중, 이 정도의 가벼움은 많이 없다”며,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현재 연구원의 목표는 인간의 작업을 스스로 학습해 수행할 능력이 되는 휴머노이드로, 가사도우미, 공장에서 마늘 까기 등 우리 일상을 돕는 능력을 지닌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다.
소프트웨어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으로, 테스트 용으로 구입한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몸체에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며 개발하고 있다.

가벼움과 성능은 휴머노이드의 골반 역할을 하는 모터에만 필요한 건 아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장애인을 위한 의족 등 의료용 로봇도 선뵀는데, 사람에 장착하는 만큼 가벼운 무게가 생명이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한 관계자는 “다리를 뻗었을 때 하중을 지지하면서도 다리를 쉽게 굽히고, 유연하게 풀 수 있도록 모터로 제어하고 있다”며, “의수의 경우, 소켓 안에 근육 신호를 인식하는 센서를 탑재해 동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게가 조금만 무거워도 사람들이 착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일반적으로 무릎 아래 정강이 부분이 약 2kg인데, 이와 비슷하거나 더 가볍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그다음이 기능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로봇SI 기업인 ㈜브릴스는 최근 리뉴얼해 선보인 10종의 협동 로봇과 산업로봇, 자율주행 로봇을 들고 나왔다. 그중에서도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활발히 사용중인 자동차 시트 검사 로봇이 눈에 띄었다.
이 회사의 미디어홍보팀 노현관 팀장은 “현대자동차 싱가포르 공장 현장에서 도입한 로봇”이라며, “안마 기능까지 제공하는 등 날로 발전해 가고 있는 시트는 자동차 내부에서 가장 값비싼 부품으로 손꼽힌다”고 소개했다. 이어 “예전에는 사람이 실제로 누르고, 확인하면서 합격 유무를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수치화해 정확한 데이터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의 그리퍼만 갈아 끼우면 다른 공정 과정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같은 로봇인데도 그리퍼만 달리 끼웠을 뿐인데, 현대자동차 멕시코 공장의 너트 공정에 활용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즉석에서 곡 만들고 연주…로봇, ‘감성’까지 책임진다
전시장 한 편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AI가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음계마다 피아노 건반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연주하고 있었다.
로봇과 감성은 매칭이 잘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작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연주를 들려주며 마음을 일깨웠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이종현 대표는 “비전AI가 사람들의 생김새, 표정, 옷차림 등을 보고 분위기를 파악한 뒤 기분이 어떨 것이라고 에상해 곡을 작곡해 들려준다”며, “만들어진 곡들은 개인이 소유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기업체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의 정서적인 보상을 위해 회사 로비에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백화점과 호텔에서 특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설치해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힐링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고 한다.

치킨, 팝콘, 아이스크림 등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포만감을 채워줄 수 있는 푸드 산업에도 로봇의 쓰임이 많아지고 있다.
지능형로봇혁신융합대학사업단 한국공학대학교팀은 디저트 로봇을 공개했다. 이 학교 학생은 “푸드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리의 과제였는데,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아이스크림 제조 로봇을 들고나왔다”며, “A부터 Z까지 모든 제조 과정을 로봇 혼자서 풀 자동화로 할 수 있지만, 관람객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토핑 부분은 직접 뿌릴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원하는 토핑 종류를 고르면, 로봇이 해당 토핑 위치에 정확히 이동하고, 관람객이 토핑 레버를 돌려 로봇과의 공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이렇게 아이스크림콘처럼 부스러지기 쉬운 음식이라도 로봇이 제조하고, 마무리하고, 서빙까지 모두 할 수 있다”며, 로봇의 미래를 점쳤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