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보호하려면 주주총회 제도 개선을”

주총 자료 ‘막판 공시’·깜깜이 배당·보수 한도 결의…제도 손질 필요 

 

국내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주주총회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하지만 상장회사의 주총 운영방식은 여전히 과거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일반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장회사 주주총회 제도 개선 방안에서 2025년 2~3월 정기주총을 연 2583개 상장회사를 분석한 결과, “주주 권익보호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주총 3월 하순 쏠림 여전=2018년 556만 명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는 2024년 말에는 1410만 명으로 내국인 인구 대비 약 28%에 해당한다개인투자자의 급증과 함께 액트(Act)’, ‘헤이홀더(HeyHolder)’, ‘비사이드(Beside)’ 등 개인투자자가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주주총회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1·2차 상법개정에 포함된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선임 비율 강화감사위원회 분리선임 확대 및 의결권 제한 강화집중투포 의무화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은 모두 주주총회에서의 이사 선임을 전제로 한다보고서는 주주총회 제도 개선이 뒷받침될 때 일반주주 권익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주총 집중 현상은 여전히 심각했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96.4%가 올해 주총을 3월 20일부터 31일 사이에 몰아 열었고특정 3일 동안 전체 상장사의 60% 이상이 주총을 개최했다미국이나 일본처럼 회계연도가 같더라도 주총이 연중 분산되는 구조와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정보 제공 시점도 늦다는 점이다주총 안건을 공개하는 소집공고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7.6%, 코스닥 상장사 90.8%가 주총 2주 전이라는 법정 최소기한에 맞춰 공시했다주주들이 회사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도 대부분 주총 1주 전에야 올라와 사실상 검토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다.

 

황 연구위원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처럼 주총 사전 검토기간이 짧은 국가는 드물다며, 일본처럼 주총 3주 전 전자공시를 의무화해 주주들이 미리 안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당은 여전히 깜깜이’=배당 관행도 개선이 더디다정부는 2020년 이후 결산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고, 2023년에는 깜깜이 배당’ 해소를 위해 이사회가 주총 이후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하지만 실제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관을 고쳐 이사회 결의일을 배당기준일로 삼을 수 있게 한 상장사가 절반가량이지만실제 배당을 실시한 기업 중 75~94%는 여전히 결산일(12월 31)을 기준일로 사용했다주총 전 기준일이 이미 지나버리기 때문에주주는 회사의 배당 의사나 금액을 모른 채 투자해야 한다.

 

주주제안이 가능한 시점과 공시 시점이 어긋나는 문제도 반복된다올해 배당을 실시한 회사 중 주총 6주 전 배당내용을 공시한 기업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그 결과회사가 이미 배당안을 정했는데도 주주가 이를 모르고 과도한 금액을 제안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

 

황 연구위원은 재무제표를 감사에게 제출하는 시점이 주총 6주 전인 만큼이때 배당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 총한도만 승인=이사 보수체계 역시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상장사 주총에서는 여전히 보수 총한도만 승인한다실제로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한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4년 기준 실지급률은 유가증권시장 49.3%, 코스닥 42.4%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시의 정확성도 떨어진다는 점이다보수 공시에서 퇴직금을 받은 임원이 포함되거나계열사에서 받은 보수가 합산되지 않아 실제 고액보수 임원이 누락되는 경우도 상당하다또한 주식보상 등 비금전적 보상은 별도 공시돼 주주가 임원의 전체 보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해외 주요국은 이사 보수 산정방식과 개별 금액을 세세하게 공시하도록 하고주주총회에서 보수정책을 정기적으로 승인받는 구조다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보수 총한도 승인 방식에서 벗어나 구체적 항목별 보수 상한을 주총에서 승인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주총회 투명성 높여야=보고서는 주총 운영이 투명해질수록 이사들의 의사결정이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하고장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주총자료 3주 전 전자공시 의무화 안건별 찬반비율 공개 의무화 의결권 기준일 단축 배당정보의 6주 전 공시 보수결정 구조의 구체화가 핵심 개선 과제다.

 

황 연구위원은 개정 상법이 강조하는 일반주주 보호가 현실에서 실현되려면 주총 제도 개선이 필수라며 주총은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통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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