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기능만으로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고객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보낸 ‘시간’과 ‘경험’을 기억합니다.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바로 이 고객 경험(CX)을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분석하고, 브랜드 가치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지숙 블루오빗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사)한국여성벤처협회가 최근 개최한 ‘여성벤처·스타트업 혁신성장 포럼’에서 ‘브랜드와 고객경험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은 고객이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느끼는 인식, 감정, 행동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고객이 브랜드 경험을 느끼는 순간 감정적·기능적 가치가 결합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CX 요소로 일관되게 전달할 경우 고객의 태도, 충성도, 인지도가 높아져 브랜드 가치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기능은 평준화…‘감정적 경험’이 브랜드 가치 결정
이 대표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 기술적 차별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더 이상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는 것처럼, 기능적 가치만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 경험은 브랜드를 처음 인지하는 순간부터 탐색, 구매, 사용, 그리고 CS(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여정에서 느끼는 인식과 감정의 총합”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기능적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감정적 케어가 동반되면 오히려 신뢰도가 상승하는 ‘회복의 역설’을 통신사 상담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능적 불편함이 있어도 상담원의 진정성 있는 응대가 더해지면 고객은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며 “핵심 기능에 브랜드 철학이 담긴 감정적 가치를 결합할 때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출기업의 경우 현지 바이어들이 오히려 한국 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성을 먼저 검증하는 추세라며, “단순 수출 실적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진정성을 콘텐츠로 증명했을 때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은 ‘수치’ 아니라 고객 ‘맥락’을 읽는 과정
생성형 AI의 등장은 고객 경험 데이터 분석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대표는 기존의 전환율, 이탈률 등 정량적 지표 중심 분석에서 벗어나 고객의 숨은 의도와 상황을 읽어내는 정성 분석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타깃 고객을 ‘2030 직장인 여성’처럼 인구통계 기반으로 분류했지만, AI 시대에는 ‘퇴근 후 저녁 준비가 부담스러운 강○○ 님’, ‘환절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육아맘’ 등 개인의 맥락(Context)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객 리뷰(VOC)를 분석할 때도 단순 ‘좋아요, 싫어요’식 감성 분류는 의미가 없다”며 “문장 속에서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이유로 구매를 주저하는지 그 맥락을 읽는 것이 진짜 데이터 분석”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소비자는 더 이상 수많은 리뷰를 직접 읽지 않으며, AI가 이를 학습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기업은 이제 고객뿐 아니라 AI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AI가 브랜드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하고 어떤 방식으로 추천하는지 기업이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대표는 폴스타(Polestar)의 광고 실험을 소개하며, AI가 기획한 콘텐츠가 사람이 만든 콘텐츠보다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기술의 이질감을 넘어 AI가 고객 니즈를 예측·분류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불편함도 브랜드 가치로 전환하는 ‘아이덴티티 전략’
데이터 분석 결과를 브랜드 전략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고유 가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 대표는 고객의 부정적 피드백을 브랜드 철학으로 승화한 친환경 화장품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기업은 “제품은 좋은데 향이 약해 아쉽다”는 고객 의견에 향료를 추가하는 대신, “민감성 피부에는 향료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브랜드 원칙을 설명했다. 그 결과 향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브랜드 진정성을 보여주는 차별화 포인트로 전환됐고, 고객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 대표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고유 가치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웹사이트 UI/UX, 배송 패키지, CS 응대까지 고객이 만나는 모든 접점(Touch Point)에서 브랜드 가치가 일관되게 전달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AI와 데이터는 도구일 뿐,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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