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환율과 물가 상승 흐름을 틈타 부당 이득을 챙기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탈세 혐의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 조사에 이은 2차 조치로, 민생 경제를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기획됐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가격 담합, 슈링크플레이션 등 시장 교란 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 정당한 납세 의무를 회피한 혐의가 있는 4개 유형의 31개 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탈루 혐의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 올려 폭리 취하고, 몰래 용량 줄이고"… 4대 탈세 유형 적발
이번 조사의 타깃이 된 4대 유형은 ▲가격 담합 등 독과점 기업(7개) ▲할당관세 편법 이용 수입기업(4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9개) ▲외환 부당 유출 기업(11개)이다.
우선 독과점 기업들은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담합하고 입찰을 '나눠 먹기' 식으로 조작해 폭리를 취했다. 일부 업체는 담합 대가로 10%의 사례금을 주고받으며 거짓 세금계산서를 꾸미거나, 사주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할당관세 악용 기업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관세를 깎아줬음에도, 이 혜택을 가격 인하에 반영하지 않고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유통사에 저가로 원재료를 넘겨 이익을 몰아줬다. 결국 혜택은 사주 일가가 독차지하고 소비자 부담은 여전했던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제품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의 용량, 무게, 수량을 줄여 실질적인 가격을 인상하는 현상)'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치킨, 빵 등의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몰래 줄여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또한, 사주 일가 소유의 가맹점을 고가에 인수하거나 광고비를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유용하고, 법인 카드로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법인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호화 요트나 골프장을 사들이고, 자녀 유학비와 해외 체류비로 탕진한 외환 부당 유출 기업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무관용 원칙… 검찰 고발 등 엄정 대응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금융 계좌 추적, 포렌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탈세 혐의를 낱낱이 파헤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물가와 환율 변동성을 기회 삼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편법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물가·환율 등 민생과 직결된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신종 탈세 유형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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