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업 지배구조 지형 바꿀까

자사주 소각에 따른 타 법령과의 충돌 소지 확인
민주당, 1월 중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공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완결판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온 국내 기업들의 관행을 원천 차단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업의 투자 위축과 재무 리스크 증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핵심 내용과 파장

이번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 법인이 매입한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법인은 자사주 매입 후 6개월에서 1년 내에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었다.

둘째,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 모든 기존 주주에게 해당 주식을 매입할 우선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이는 이른바 ‘백기사’로 불리는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셋째, 기업 인적 분할 시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없도록 하여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던 인적 분할 수단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러한 규제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입법 측은 한국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보호에 활용해온 특수한 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제도 변화에 따른 단점도 적지 않다. 주주들의 자사주 매입 요구가 거세지면 기업은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R&D) 대신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투입하게 되어 장기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자본금 축소로 인한 채권자의 리스크가 커지고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끌려다니는 등 기업 경영 기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지=Gemini 활용 제작

1월 처리 목표 속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민주당은 당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달 중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 시행이 가시화되자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주요 중견·중소기업들은 의무화 시행 전 자사주를 교환사채(EB) 발행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시장에 매각하는 등 선제적 처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규모는 상반기 대비 12배 넘게 급증했다. 중소기업계는 자사주가 대기업처럼 경영권 방어용이 아니라 ‘비상 유동성 자산’ 성격이 강하다며 일률적인 소각 의무화보다는 경영 현실을 반영한 차등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 법령 충돌 해소 위해 수정안 발의 예정

한편, 입법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에 따른 타 법령과의 충돌 소지가 확인되어 민주당은 이달 내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자사주를 소각하면 총 발행 주식수가 줄어들어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이 법정 상한선인 49%를 초과하게 되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KT가 현재 보유한 자사주(4.34%)를 전량 소각할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1.2%로 상승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타 법령의 지분 제한 규정을 위반하게 될 경우 소각 의무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이코노미 오태성 기자

출처 : 중기이코노미(https://www.jungg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