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후계자 부재…제조 중소기업 승계 절벽

폐업 대신 M&A가 대안이 되도록 정부의 촘촘한 지원 필요

 

                                    (그래픽=채민선 기자)

 

대한민국 제조 현장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산업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경영자가 60세 이상인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회사를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가 60세 이상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28.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가 가업 승계를 기피하거나 아예 승계할 자녀가 없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경영이 불투명한 제조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5만6000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 기업의 83%인 4만6000여 개사가 서울 외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방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할 경우, 이는 곧 지역 경제 기반의 위축과 고용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친족 승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한 승계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지가 됐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4일 발표한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조성 방안’은 그래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보 비대칭이 심한 M&A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M&A 방식의 승계 지원정책 근거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올해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기업승계 M&A 플랫폼’을 시범 구축해 진성 매수·매도 수요를 매칭하고, 민간 중개기관 등록제를 도입해 거래의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주주총회 소집 통지 시점을 2주 전에서 7일 전으로 앞당기는 등 상법상 절차 요건을 완화하는 특례를 도입해 M&A의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제도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을 ‘판다’는 인식에 대한 심리적 저항,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 승계 이후에도 기업이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인수 후 통합(PMI)과 설비 개선까지 아우르는 사후 지원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의 말처럼 중소기업의 지속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생존 문제를 넘어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5만6000여 개 제조 중소기업이 '폐업'이라는 막다른 길 대신 'M&A'라는 새로운 도약대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넘어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세밀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출처 : 중기이코노미(https://www.junggi.co.kr)